[수도권]서울시 보행개선 첫발부터 ‘삐끗’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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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조계사 앞 도로 줄여 인도 확장 재검토를”

우정국로 차로 감축 후 조감도. 서울시 제공
우정국로 차로 감축 후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종로구 조계사 앞 도로인 우정국로의 차로를 줄여 인도로 조성하려 하자 조계종이 자승 총무원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 반대하고 나섰다. 우정국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민선 6기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도심 차로 축소 및 보행환경 개선’ 사업의 첫 번째 대상지인 것을 감안하면 관련 사업이 첫 단추부터 꼬이게 된 것이다.

박 시장은 9월 4일 ‘서울시정 4개년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민선 6기의 밑그림을 밝혔다. 박 시장은 당시 2018년까지 우정국로, 세종대로, 삼일대로, 창경궁로 등 4대문 내 도심 도로 15.2km의 차로를 1, 2개씩 줄이는 대신 인도와 시민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우선 보신각∼안국동로터리를 잇는 우정국로(740m)의 차로를 내년까지 양방향 1개 차로씩 줄이기로 했다. 올해 안에 설계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서울시의 담당 팀장은 13일 조계종을 찾아가 협의했지만 조계종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시와 맺었던 하나의 협약 때문이었다.

서울시와 조계종은 지난해 8월 20일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 공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2년까지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가 있는 견지동 일대에 역사문화공원과 역사교육관, 템플스테이 체험시설 건립을 함께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조계종은 아직 이 사업의 밑그림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도로를 먼저 줄이면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조계종 관계자는 “도로 축소와 견지동 개발은 맞물리는 부분들이 많은데 전체적인 개발 계획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를 먼저 줄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조계종은 내부 의견을 수렴해 17일 시에 자승 총무원장 명의의 공문을 보냈다. ‘조계종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조계사 일대를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계획에 따라 우정국로 일대의 형태와 건물의 사용 용도가 많이 변경될 예정에 있으니 인근 도심 차로 변경 계획의 시행 시기를 늦춰 달라’는 내용이다.

우정국로를 보는 서울시와 조계종의 시각도 차이가 있다. 시는 현재 왕복 6차로인 도로를 4차로로 줄여도 차량 통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계종은 현재도 갓길에 관광버스 등이 주차돼 사실상 4차로로 운행되고 있는데 도로가 감축되면 차량 통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조계종 관계자는 “13일 서울시가 협의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협의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설명회, 그 이하 정도의 수준이었다”라며 “사실 서울시가 도로 감축을 원점에서 재검토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시 보행개선#조계종#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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