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20년 만의 백인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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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의 영국계 스콧 부통령
대통령 사망으로 ‘90일 권한대행’

건강 이상설이 나돌던 잠비아의 마이클 사타 대통령이 28일 영국 런던에서 향년 77세로 숨지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20년 만에 백인 국가 정상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29일부터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9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가이 스콧 잠비아 부통령(70·사진). 임기는 짧아도 1994년 남아공의 F W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물러난 뒤 사라진 아프리카의 백인 국가 정상으로 이름이 남게 됐다.

잠비아 인구 1300만 명 중 백인은 4만 명으로 0.3%밖에 안 된다. 그런데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그는 1927년 당시 영국령이던 잠비아로 이주한 스코틀랜드계 아버지와 잉글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잠비아 토박이다. 아버지 때부터 백인의 특권을 비판하고 잠비아의 독립을 지지해 인기가 높았던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학문적 배경도 탄탄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서식스대에서 인지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엔 농림부 장관으로 가뭄으로 허덕이던 잠비아를 구해냈다는 평판을 얻었다.

2011년 대선에서 사타 대통령이 20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뒤 백인인 그를 부통령으로 임명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백인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백인 잠비아인이란 게 핵심”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서 스스로를 ‘정치적 마스코트’라고 칭할 만큼 넉살이 좋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꾸라지 같은 늙은 친구(scaly old dude)’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타 대통령이 9월 초 이후 행방이 묘연해 억측이 난무할 때 “대통령 건강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 여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스콧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선엔 출마할 수 없다. 부모가 모두 잠비아에서 태어나야만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백인#아프리카#대통령#스콧 잠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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