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현행 선거구, 지역정당 구조 심화” 정치적 판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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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선거구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
[1] 정치권 지역대립 타파
[2] 지역 현안은 지자체가
[3] 투표가치 불평등 해소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기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현행 선거구 구역 표는) 지역대립 의식이 크고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영호남 지역이 수도권이나 충청 지역보다 과대하게 대표되고 있다. 이는 지역정당 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 대 1 이하에서 2 대 1 이하로 바꾸라며 선거구 구역 획정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근거로 든 이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역정당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취지의 다소 정치적인 논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농어촌 지역에서 실제 인구에 비해 의석이 많이 배정되면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영남과 호남을 각각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으로 안주하고 있고, 이 때문에 정치권의 대립 갈등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선거구 조정을 통해서라도 국민이 바라는 정치권의 변화를 촉발시켜 보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헌재는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돼 지역 대표성을 이유로 헌법상 원칙인 투표가치의 평등을 완화할 필요성 역시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 대표성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에게 맡겨두고 국회의원들은 이제 지역 대표가 아닌 전체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라는 주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한철 헌재 소장과 이정미 서기석 재판관 등 3명은 “도시에 인구가 집중된 현재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들만 늘어날 것이며, 지역 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의원 수는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는 헌법 불합치 결정의 명분으로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권의 평등을 더 엄격히 보장해야 할 때라는 논리를 폈다. 국회의원 한 명을 선출하는 데 선거구별로 유권자 수의 차이가 너무 크면 1표의 가치에 불평등이 생기는 만큼 선거구를 손질해 편차를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현행 허용 인구 편차인 3 대 1을 적용하면 유권자 간에 투표가치가 최대 3배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평등이 지나치다는 것. 헌재는 “단원제 또는 소선거구제에서는 사표(死票)가 많이 생길 수 있다. 현행 기준으로는 유권자 수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권자 수가 적은 지역구 당선자의 득표수보다 더 많은 불합리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점차 인구편차의 허용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외국의 판례와 입법추세라는 점도 들었다. 실제로 영국은 평균 인구에 근접하게 선거구를 획정하고 있고 프랑스는 1.5 대 1, 독일은 1.35 대 1, 일본은 2 대 1, 캐나다는 1.67 대 1, 호주는 1.22 대 1의 기준을 정해놓는 등 모두 2 대 1 이하의 기준을 갖고 있다.

헌재는 1995년 12월 인구 편차 기준을 4 대 1 이하로 제시했으며 2001년 10월에는 3 대 1 이하로 요건을 강화했다. 이어 이날 편차 기준을 2 대 1 이하까지 높였다. 헌재는 2001년 당시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흐른 뒤에는 인구 편차가 2 대 1 또는 그 미만의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3년 전에 이번 결정을 예고한 셈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선거구 헌법불합치#선거구#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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