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수님들의 甲질, 오죽하면 대학원생 권리장전 나왔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대학원생 둘 중 한 명이 교수로부터 폭언, 차별, 사적 노동, 저작권 편취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보고서’는 대한민국 지식공동체의 민망한 민낯을 드러낸다. 13개 대학의 대학원생 2354명이 참여한 국내 최초의 전국 단위 조사에서 응답자의 45.5%가 교수로부터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로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고, 교수의 자녀에게 무료 과외를 해주거나 운전 설거지 쇼핑 등 자잘한 심부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여학생들은 성희롱 성추행까지 당하고 있었다.

교수들은 ‘우리도 이런 과정을 거쳐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며 이런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대학원생의 연구실적을 가로채는 얌체 교수들도 적지 않다. 김명수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숱한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표절이 아니라 관행”이라고 주장한 맥락과 닿아 있다.

연구 몰입도가 가장 높아야 할 석박사 과정 학생을 교수 개인비서처럼 취급하는 분위기에서 창의적 연구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4∼2015년 글로벌 경쟁력 리포트에서 한국 고등교육의 질이 37위로 요르단(36위) 인도네시아(38위)와 맞먹고, 전체 국가경쟁력(26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500대 대학 랭킹에서 서울대는 공동 72위로 일본 도쿄대(24위) 중국 베이징대(39위)에 한참 못 미쳤다.

청년위원회는 그제 개인존엄권, 자기결정권, 학업연구권, 공정한 심사, 조교권리, 부당한 일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권리장전을 선언했다. 오죽하면 대학원생이 권리선언에 나섰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왜곡된 사제 관계를 바로잡을 출발점이 되기 바란다.
#교수#대학원생#권리#폭언#차별#사적 노동#저작권 편취#여학생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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