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日 잃어버린 10년’ 헤쳐나온 無印양품의 시스템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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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없는 브랜드’로 유명한 무인양품은 2001년 처음으로 38억 엔(현재 환율 기준 약 378억 원)의 적자를 냈다.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가 세상 빛을 본 지 20년, 모기업인 세이유에서 주식회사 양품계획으로 독립한 지 막 10년이 지났을 때였다.

경기가 좋지 않기는 했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며 매년 경제성장률이 0%인 지독한 불경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무인양품은 1991∼2000년의 10년 동안 매출은 440%, 경상이익은 1만700% 증가하며 ‘무인양품만은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2001년의 갑작스러운 적자가 가슴 철렁하게 다가온 이유였다.

2001년은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의 저자인 마쓰이 다다미쓰가 사장에 막 취임한 해이기도 했다. 도대체 10년 이상 잘나가던 기업이 왜 갑자기 적자의 수렁에 빠져든 것인가. 저자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다. 이 책은 그가 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경험하며 체득한 바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사장 자리에 올랐을 때 그가 추진한 것은 한마디로 ‘시스템 구축’이었다. 무인양품은 특유의 무채색과 담백한 디자인 덕분에 기업 문화 역시 자유분방할 것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사실 무인양품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둔 것은 ‘조직화’다. 저자는 사람이 변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조직문화와 관행을 바꿔 이를 시스템으로 정립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매뉴얼로 만들고 이를 전사적으로 공유해 무인양품의 특징이 어느 매장에서나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매뉴얼에 의존하는 수동적 문화가 정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뉴얼을 자주 바꾸고 끊임없이 보완했다. ‘인재위원회’ 등 전담조직을 만들어 인재 양성 과정 역시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그는 “느닷없는 의식 개혁은 큰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며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고 그에 맞는 구조를 만든 뒤, 그 구조를 납득하고 실행하는 가운데 비로소 사람의 의식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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