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우유 세 잔 이상 위험? 전문가 “한국선 적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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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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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우유 세 잔 이상'마시면 사망 위험률과 골절률이 높을 수 있다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연구결과와 관련해 우유 소비 촉진단체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30일 "엉성한 연구"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설령 타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1인당 100㎖도 안 마시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날 반박자료를 통해 "우유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무기질 등 114가지 영양소를 함유해 대표 건강식품으로 불린다"며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장발육, 비만예방, 중¤장년층의 뼈 건강 등을 위해 많은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번 연구의 문제점과 관련해 "연구진은 사망원인에 있어 다양한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지나친 우유 섭취보다 흡연이나 음주, 과체중 등이 건강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사망원인을 우유 섭취로 단정 지은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진이 언급한 하루 우유 섭취량은 한국인의 우유 음용실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는 "우리나라의 일일우유섭취 기준은 200㎖이지만 현실은 77㎖에 불과하다"며 "매일 우유 한잔 정도도 마시지 않는 나라에서 우유 3잔 이상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단, 스웨덴은 우유 및 유제품 이외에도 육류소비 등 동물성 지방의 섭취가 많기 때문에, 하루에 우유를 석잔 이하로 마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제대학교 부속 서울 백병원 강재헌 교수 역시 "우유 680㎖은 지나치게 많은 양이기 때문에 평소 우유 섭취가 적은 한국인들에게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한국인에 비해 서양인들은 우유 외에도 치즈 등의 형태로 유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어, 결과적으로 유지방을 통한 포화지방 과다 섭취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이홍구 교수는 "우유는 칼슘, 비타민 및 양질의 단백질 등이 풍부한 식품으로, 건강증진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우유섭취량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일일섭취 기준(200㎖)에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각자의 신체조건 및 기호 등에 맞춰 점차 음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8일(현지시간) '영국 의학 저널'에 실린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하루 우유 세 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하루 한 잔 이하로 마시는 여성보다 사망 확률이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의학전문지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이날 보도했다.

연구진은 성인 여성(39세~74세) 6만 1433명, 성인 남성(45세~79세) 4만 5339명을 각각 20년과 11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사이 여성 1만 5441명이 숨졌다. 1만 7252명이 골절상을 당했는데, 그중 4259명이 골반 골절이었다.

연구진은 하루 석잔 이상 우유를 마시는 여성과 한잔 이하의 우유를 마시는 여성을 비교한 결과, 전자의 사망률이 후자의 1.93배에 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골절상, 특히 골반골절상을 입은 비율도 석잔 이상 마신 여성이 높았다.

남성은 11년 간 1만 112명이 숨졌고 5066명이 골절상을 경험했는데, 그중 1116명이 골반골절이었다. 남성 또한 우유 섭취량이 많을수록 사망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골절 예방을 위해 우유를 많이 마시라는 권고가 옳은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연구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국 농무부 등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심장질환, 당뇨병 위험 등을 낮추기 위해 우유를 하루 석잔 정도 마실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칼 미카엘슨 교수는 "우유에 함유된 갈락토오스가 오히려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산화스트레스는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 양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으로 세포 노화를 일으키고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게 아니라 단지 관련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준'이라며 '권장 우유 섭취량'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조사대상자의 의료기록과 식습관에 관해 문답형식으로 조사했지만, 흡연이나 음주여부, 체중 등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당장 우유 마시기를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뉴욕시립대 보건대학 메리 스쿨링 교수는 "현 시점에선 (이번 연구결과가 옳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유전적으로 우유를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해, 각각 우유섭취가 심장질환이나 골절,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등 세세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스웨덴에서 생산하는 우유에 비타민A가 첨가돼 있어 이번 조사 결과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디컬 뉴스 투데이는 최근 매일 우유 한 잔을 마시는 여성은 무릎 관절염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매일 마시는 우유가 아직은 치료법이 없는 이 퇴행성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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