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넘어 창업… 1% 대기업에 목매지 말고 CEO가 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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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학 탐방/인덕대학교]
4년 연속 창업특성화대학 이끈 이우권 총장

“인덕대는 창업형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이라고 강조하는 이우권 인덕대 총장. 인덕대 제공
“인덕대는 창업형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이라고 강조하는 이우권 인덕대 총장. 인덕대 제공
“대기업의 문턱은 높지만 들어가서도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잖아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만큼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재학 중에 전공 관련 창업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대학이 제공해야 합니다.”

이우권 인덕대 총장(61)은 20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 총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창업 교육은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총장실에는 ‘손과 머리로 無에서 有로’라는 문구가 걸려있었다. 이 총장은 액자를 가리키며 “40년 전 인덕대의 설립정신이자 오늘날에는 창업가 정신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이 강조한 것처럼 인덕대는 체계적인 창업 지원 시스템을 갖춘 ‘창업사관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부터 ‘취업을 넘어 창업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해 전문적인 창업 교육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4년 연속으로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사관학교형 창업선도대학’에 이름을 올리며 창업특성화 대학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문대 중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를 통해 인덕대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창업에 필요한 자금과 공간, 전문교육, 전담 멘토링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최고경영자(CEO)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이 총장은 30년간 인덕대에서 건축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전문대의 위상 제고와 사회 참여를 활성화한 인물이다. 특히 대기업 위주의 왜곡된 일자리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전문대와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인덕대가 창업을 강조하는 이유도 실력 있는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 총장은 “전문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라며 “1%의 대기업만을 위한 인재 양성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한 창업형,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취직만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전문대는 소외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간판보다는 실력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전문대도 역동성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하는 이 총장은 본인 스스로 전문대 활성화의 모범을 보여 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 파견교수로 다녀와 국내 최초로 실내건축디자인과를 신설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총괄 연구책임자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교내에 역사박물관을 만들면서 인덕대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총장은 “전문대 교수들도 연구실적을 쌓고 사회활동에 나서는 등 교수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장은 디자인과 공학계열로 시작한 인덕대의 강점을 살려 공학디자인 중심의 융합교육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는 “창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기존의 대학 전공교육으로는 사회의 빠른 변화와 시장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지도 못하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총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공학부 디자인예술학부 어문사회학부의 학부제를 도입한 것도 학부장을 중심으로 학부를 효율성 있게 운영하고 체계적인 융합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공학 지식과 디자인 감각을 두루 갖춘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다짐했다.  

▼ 디자인과 공학의 만남 ▼

“융합에서 창의력이 나온다”… 산학협력 실무형인재 육성


2014년 8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인덕대 창의융합 글로벌 세미나’에 참석한 인덕대 학생들이 직접 제출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활발하게 토론하고 있다. 인덕대 제공
2014년 8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인덕대 창의융합 글로벌 세미나’에 참석한 인덕대 학생들이 직접 제출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활발하게 토론하고 있다. 인덕대 제공
인덕대는 최근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융합형디자인 육성사업’에 참여 대학으로 선정됐다. 대학 설립 초기부터 공학과 디자인 교육을 선도하면서 한발 앞서 두 분야의 융합교육을 실시하면서 맺은 열매다.

LG전자 디자인연구소장을 지낸 김진 디지털산업디자인과 교수는 “최근 기업과 시장 환경은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며 융합교육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은 디자이너가 디자인 업무만 하지 않고 마케팅과 영업 업무까지 맡는 경우가 많아 융합인재의 필요성이 더 높다”며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융합을 더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학협력을 통한 실무중심형 교육을 늘리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과 함께하는 디자인 프로젝트 강의를 통해 융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하드웨어 공학과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융합된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기업 실무자들의 손을 거쳐 상품화까지 진행된다. 학생들은 관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까지 모색할 수 있다. 융합형 교육 참여 학과는 △메카트로닉스과 △컴퓨터소프트웨어과 △정보통신과 △시각디자인과 △디지털산업디자인과 등 5개다.

인덕대는 융합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의 앞선 융합교육 사례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8월에 김 교수를 비롯해 디자인학부 및 공학부 학생 20명이 일본 고베에서 ‘창의융합글로벌 세미나’를 열었다. 5일간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으로 유명한 야쿠와 신노스케 감독의 디자인 세미나로 창의적 발상법을 배우고, 일본 지역 캐릭터를 관광상품화하는 과정을 배웠다. 김 교수는 “마케팅 실무와 소통 능력에 디자인 기술을 더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융합인재 양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창업 사관학교로 우뚝 ▼

2000년 창업보육센터 첫선, 中에 지주社
… 글로벌 지원도

‘창업특성화대학’인 인덕대는 최근 해외창업역량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인덕대 재학생들이 베이징자오퉁대에서 열린 ‘인덕대 글로벌창업캠프’에 참여했다. 인덕대 제공
‘창업특성화대학’인 인덕대는 최근 해외창업역량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인덕대 재학생들이 베이징자오퉁대에서 열린 ‘인덕대 글로벌창업캠프’에 참여했다. 인덕대 제공
창업 특성화대학인 인덕대는 2000년에 일찌감치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해 학생 창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창업보육센터를 확대개편해 ‘21세기 글로벌 창업 인재 양성’으로 목표를 높였다. 이후에도 예비 기술 창업자 육성사업을 비롯해 창업인을 기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했다. 그 결과 ‘인덕대는 창업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외 창업 분야의 역량을 강화했다. 중국 베이징에 설립한 인덕대 해외창업지주회사인 ‘북경인덕창신투자유한공사’를 통해 현지 창업 지원과 중국판매 대행이 가능해졌다. 이런 교류협력의 바탕에는 지난 7년간 인덕대를 비롯한 국내 창업특성화 대학들이 중국 베이징대, 베이징자오퉁대 등과 진행한 ‘한중 대학생 창업캠프 및 경진대회’가 있었다. 양국 대학생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창업 경쟁력도 동반성장했다.

창업인재 육성을 위한 인덕대의 오랜 노력은 올해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7월 노원구에 설립된 서울시 민간위탁 창업센터 ‘아스피린 센터’의 협업기관으로 선정된 것. 인덕대는 창업아이템 사업화(Pre-BI) 및 멘토링을 지원한다. △초기 창업자의 아이디어 도출, 문제 해결 및 사업계획 수립 및 사업화 지원을 통한 사업가 육성 △창업 기초지식 및 아이템 선정과 창업 초기 경영을 위한 실무 위주의 교육이 핵심이다.

김종부 인덕대 창업지원단장은 “인덕대가 추구하는 창업자 정신이 지역사회로 확대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지역사회 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창업교육에도 내실을 기해 전교생 대상 창업강좌 개설, 창업동아리 육성, 창업아카데미 운영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대기업#취업#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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