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과학 포용 “진화론-창조론 충돌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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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과학원 회의서 강조
“빅뱅도 신의 계획에 따라 일어난 것… 하느님은 지팡이 든 마법사 아니다”

‘세상은 신(神)이 창조한 것인가, 아니면 우주의 빅뱅(대폭발)을 통해 탄생한 뒤 생명체가 진화해 온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기독교와 현대과학의 오랜 논쟁이었던 ‘창조론’과 ‘진화론’이 모순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28일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청 과학원 회의에서 “생명이 진화를 통해 발달했다는 생각이 가톨릭의 (창조론) 가르침과 충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같은 선언은 “빅뱅과 같은 복잡한 과학이론 뒤에도 신의 뜻이 있다. 기독교인들은 우주가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사고를 거부해야 한다”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설교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서의 창세기를 읽다 보면 하느님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지팡이를 든 마법사처럼 여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교황은 “과학자들은 빅뱅으로 인한 우주의 시작과 생명의 진화론을 믿지만 이 또한 하느님 계획의 일부”라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 우주의 기원이라고 간주되는 빅뱅은 신성한 창조주 역할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빅뱅은 ‘사랑의 원리’인 신의 계획에 따라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진화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교황은 “진화는 원천적으로 진화할 존재의 창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창조 개념과 대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은 생명을 창조했고 생명은 각자에게 부여한 규칙에 따라 발전 성숙해 사명을 완수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교회는 과거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를 탄압한 뒤 자리 잡아온 반과학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창조론을 고수해 온 개신교에 비해 가톨릭은 상대적으로 진화론에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교황 비오 12세가 1950년 진화론을 인간 발달에 대한 타당한 과학적 접근이라고 밝혔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96년 “진화론이 가톨릭 교리에 모순되지 않는다. 진화는 가설 이상의 이론”이라고 인정했다.

조반니 비그나미 이탈리아 천체물리학회 회장은 “교황의 선언은 인류가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의 직접적인 후손이라는 점을 확인한 매우 중요한 발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교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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