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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 드라마 속 직장… ‘판타지’이거나 ‘호러’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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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 드라마 속 직장… ‘판타지’이거나 ‘호러’이거나

구가인기자 , 이새샘 기자 입력 2014-10-30 03:00수정 2014-10-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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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는 상업영화로는 드물게 비정규직 문제를 내세웠다. 2007년 일어난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을 모티브로 했다. 생계형 가장, 싱글맘, 88만 원 세대 등 사회적 약자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자영업을 하는 박모 씨(32)는 tvN 드라마 ‘미생’의 열렬한 팬이다. 프로 바둑기사 입단에 실패한 젊은이가 대기업 무역상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를 그는 매주 ‘본방 사수’한다. 박 씨는 “취업난,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어봐서 남의 일 같지 않다. 대기업 경험이 없어서인지 세밀하게 그리는 조직 이야기도 흥미롭다”고 했다. 1% 남짓한 시청률에서 시작한 ‘미생’은 방영 3회 만에 3%대(닐슨코리아)를 돌파했다. 지난해 히트작 ‘응답하라 1994’보다 가파른 상승세다.

직장생활은 요즘 대중문화가 가장 주목하는 소재다. KBS2 ‘개그콘서트’의 ‘렛잇비’나 tvN ‘코미디 빅 리그’의 ‘리액션 스쿨’은 직장생활을 풍자한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 결혼과 가상 육아에 이어 가상 취업을 다룬 프로도 나왔다. tvN ‘오늘부터 출근’은 로이킴 봉태규 은지원 등 연예인의 가상 입사기를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다음 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명한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직장 소재 대중문화 콘텐츠는 일자리에 관한 관심이 그만큼 높고 절실함을 입증한다. 예전엔 직장생활이 누구나 하는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결혼과 육아가 그렇듯 판타지와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오늘부터 출근’을 기획한 김석현 CJ E&M 부국장은 “기업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시청자들이 직장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높다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졸 출신이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멋지게 성장하는 이야기(‘미생’)가 어느 영웅담 못지않은 카타르시스를 주는 이유도 그만큼 현실에서 실현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취업은 젊은층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12일부터 4부작 파일럿으로 방송 중인 KBS ‘나 출근합니다’는 중장년층이 재취업을 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남기 KBS PD는 “일반인들의 재취업 과정이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우려했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정규 편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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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는 예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과거 대중문화 속 직장이, 여직원이 그룹 오너의 아들과 연애하는 공간이거나 소소한 갈등이 존재하는 곳이었다면 요즘의 직장은 훨씬 드라마틱하고 살벌해졌다. 대표적인 ‘오피스물’인 KBS ‘TV 손자병법’(1987∼1993년 방영)과 요즘의 ‘미생’을 비교해보자.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가깝던 시절 제작된 ‘TV 손자병법’은 직장인인 등장인물끼리 소소한 오해와 갈등을 겪지만 금세 화해하는 가족극에 가까웠다. 반면 ‘미생’ 속 직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턴 등 계급이 다른 사람들 간 차별과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영업 경쟁, 사내 정치가 살벌하게 오고가는 전쟁터에 가깝다.

비정규직 처우와 같은 노동 문제가 진지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미생’의 주인공은 인턴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도 신분증 색깔이 다른 2년 계약직으로 입사한다. ‘카트’는 비정규직 해고 문제를 모른 척하는 정규직의 이기심을 꼬집는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같은 공간에서 하는 일이 같더라도 신분이나 소속이 다른 사례가 늘다 보니 직장에서 개인과 개인, 집단과 개인의 갈등이 더 정교해지고 늘어났다. 대중문화 콘텐츠 역시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이새샘 기자   
#미생#취업난#비정규직#직장생활#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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