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사고후 ‘가정용 ESS’ 주목… 니치콘과 협력해 열도 점유율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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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ESS시장 휩쓰는 국내 기업들]日서 두각 삼성SDI

《 에너지저장장치(ESS)란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심야시간대에 전력을 비축해두거나 태양광, 풍력발전 시스템 등과 연계해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다. 전력이 부족하거나 피크타임 때 미리 저장해둔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화에 효과적인 에너지 신산업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ESS를 구현하는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일찌감치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곳곳으로 눈을 돌려 ESS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토종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활약상을 소개한다. 》  
日 가정집에 설치된 삼성SDI 배터리 일본 니치콘은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독점 공급받아 교세라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7.2kWh짜리 ESS 완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는 평균적인 일본 가정이 하루 사용하는 
전력의 약 70%를 대체할 수 있는 용량이다. 교세라 직원이 일본 가나가와 현의 한 가정집 외부에 설치된 자사 ESS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日 가정집에 설치된 삼성SDI 배터리 일본 니치콘은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독점 공급받아 교세라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7.2kWh짜리 ESS 완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는 평균적인 일본 가정이 하루 사용하는 전력의 약 70%를 대체할 수 있는 용량이다. 교세라 직원이 일본 가나가와 현의 한 가정집 외부에 설치된 자사 ESS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는 일본 에너지 시장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에너지 정책 기조는 신재생 에너지원(源) 확충으로 급격하게 무게 중심이 옮겨갔고,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자급형 전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일본에서 태양광발전 시스템과 연계한 가정용 ESS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시드플래닝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가정용 ESS 시장은 2012년 642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2355억 원으로 불과 1년 새 약 3.7배로 늘었다. 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중견 콘덴서 업체인 니치콘이다. 후지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ESS 제조 물량 기준으로 니치콘의 일본 가정용 ESS 시장 점유율은 48.7%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니치콘 ESS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모두 국내 토종 기업인 삼성SDI가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SDI는 원전 폭발사고 이후 일본 가정용 ESS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발 빠르게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그 결과 대지진 발발 후 약 7개월 뒤인 2011년 10월, 니치콘과 가정용 ESS 독점공급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니치콘 기획부의 야마모토 다카요시(山本隆禎) 부장은 “일본 배터리 업체들과 삼성SDI를 비교해 봤지만 삼성SDI의 제품력이 어느 업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며 “가격 경쟁력에 더해 고객사의 니즈(needs)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스피드에 매료돼 파트너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현재 니치콘은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모듈 및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공급받아 자사의 전력제어장치(PCS)를 탑재해 완제품을 만든 후 교세라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거나 니치콘 자체 브랜드로 팔고 있다. 7.2kWh짜리 ESS 한 대의 소비자가격은 200만 엔(약 1946만 원)이다. 정부 보조금을 고려해도 소비자 실부담액이 110만 엔(1073만 원)에 달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런데도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간 ESS는 일본에서 작년 한 해 약 7300대(후지경제연구소 추산)가 팔렸다. 금액으로 치면 약 1420억 원 규모로, 전체 ESS 시장(2355억 원)의 60%에 해당한다. 야마모토 부장은 “삼성SDI의 우수한 품질에 기초해 제품 수명 보장기간을 10년으로 내세웠던 점이 독보적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삼성SDI는 여세를 몰아 일본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니치콘과 양해각서(MOU)를 추가로 맺고 내년부터 총 30만 대의 가정용 ESS를 니치콘에 순차적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현재 ESS 공급가와 가격 추이를 고려했을 때 1조 원에 이르는 규모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도 삼성SDI는 유럽, 북미 등 지역별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바탕으로 세계 ESS 배터리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력용 ESS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가동 중인 독일 북부 슈베린 변전소의 5MWh급 ESS도 삼성SDI 제품이다. 미국의 경우 상업시설용 ESS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미국 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GCN과 체결한 25M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이다. 북미지역 상업시설용 ESS로는 최대 규모의 거래로, GCN은 향후 2년간 삼성SDI의 ESS를 공급받아 대형마트, 병원, 호텔, 학교 등 다수의 상업시설에 ESS를 설치할 계획이다.

도쿄=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니치콘#원전사고#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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