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각료 6명째 ‘정치자금 스캔들’… 여당서도 조기총선論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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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에 휘청이는 아베 정권
환경상 회계보고 누락 드러나고 여성담당상 탈세기업 기부금 논란
잇단 악재에 아베 지지율 급락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잇따른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 20일 두 명의 여성 각료가 동시 사퇴한 이후 거의 매일 각료들의 정치자금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번엔 환경상이 정치자금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모치즈키 요시오(望月義夫) 환경상이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 수입을 기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모치즈키 환경상 후원회의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는 2008∼2011년 지역구 시즈오카(靜岡) 현에서 열린 신년 친목회, 골프대회와 관련해 742만 엔(약 7235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참가비 등의 수입은 적혀 있지 않았다.

모치즈키 환경상은 이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모임에 지출한 비용을 신년 친목회 비용으로 허위 기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고인이 된 아내가 당시 경리 책임자로서 허위 기재했다”며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루 전에는 아리무라 하루코(有村治子) 여성활약 담당상의 스캔들이 폭로됐다.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단체가 탈세로 벌금을 문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리무라 여성활약상은 28일 기자들에게 “기부금을 준 기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고 120만 엔을 모두 반환했다”고 밝혔지만 그의 도덕성은 이미 금이 갔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초 개각을 단행한 뒤 현재까지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된 각료는 모두 6명. 전체 각료(18명)의 30%가 넘는 수다. 아베 총리는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의 사직을 전격적으로 수리했지만 나머지 4명은 적극 감싸고 있다.

야당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는 27일 “언제 조기 총선을 실시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부터는 상시 전쟁체제”라고 선언했다.

2006년 9월 아베 1기 내각은 역대 3번째로 높은 67%의 내각 지지율(마이니치신문 조사 기준)로 출범했지만 검은돈 문제에 휘말린 마쓰오카 도시카쓰(松岡利勝) 농림수산상이 자살한 2007년 5월 지지율은 32%로 추락했다. 마쓰오카 씨를 감싸던 아베 총리가 여론의 칼날을 맞은 것이다. 그 후 넉 달 동안 3명의 각료가 더 사퇴하면서 아베 1기 내각은 막을 내렸다. 현재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0% 내외다.

집권 자민당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소비세 추가 인상 결정,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추진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차라리 지금 조기 총선을 치르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아베 내각#일본 정치자금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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