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기춘 실장 눈에는 낙하산 인사가 한 명도 안 보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어제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사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모처럼의 자리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이 “2013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205명의 친박 인사, 즉 박피아 인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한 데 대해 김 실장은 “저희는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는다. 법령에 따라 자격 있는 분에게 인사했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2014년 3월부터 9월까지 추가로 기관장에 내려온 분이 95명이다. 낙하산 부대다”라고 추궁하자 김 실장이 “전부를 낙하산 부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답하고, 다시 박 의원이 “한 명도 없나”라고 반문하자 김 실장이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은 코미디 같은 장면이었다. 그는 ‘만만회’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비선 라인의 인사 개입설에 대한 질문에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그런 사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국민들께서 신고해 달라”고 항변했다.

최근 논란이 된 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감사와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이사장, 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만 하더라도 낙하산 인사가 아니고 무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나가는 장삼이사(張三李四)를 붙잡고 물어보더라도 십중팔구는 보은(報恩)인사라고 답할 것이다. 청와대 인사위원장과 국민의 눈높이가 이렇게 다르니 청와대발(發) 낙하산을 내려보내고도 청와대 사람들은 별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김 실장 말대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전문성이 뒷받침되며 조직관리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선 공신이라는 이유로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임명된 수많은 인사가 합당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해 ‘인사 참사’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기다렸다는 듯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내보낸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실장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난 이상, 인사 문제만큼은 이 정부에선 앞으로도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김 실장과 같을 경우 더 큰 문제다. 김 실장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는 참모라면 이제부터라도 낙하산 인사를 삼가거나 최소한 자제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것도 어려우면 이 정부에선 ‘대통령의 수첩’에 올라 있는 인재 풀이 워낙 좁아 앞으로도 낙하산 인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으니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하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대통령비서실#국정감사#김기춘#박완주#낙하산 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