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여사 “北 다녀오고 싶다”… 朴대통령 “편하실때 기회 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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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이희호여사 50분 환담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청와대에서 이희호 여사(가운데)를 접견하기 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여사가 박 대통령에게 선물한 휘호.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청와대에서 이희호 여사(가운데)를 접견하기 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여사가 박 대통령에게 선물한 휘호.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92)는 2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북한을 갔다 왔으면 좋겠다.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를 겸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짰다”며 방북 승인을 요청했다. 이 여사는 2011년 명예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 회원들과 함께 뜨개질을 해 어린이용 털모자 1만 개를 준비했으나 정부의 방북 승인이 나지 않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북한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과 정성, 사랑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 여사가) 편하실 때 (방북) 기회를 보겠다”고 화답했다. 남북 관계가 다소 풀리면 방북을 승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남북문제와 관련해 군사·정치적 사안과 영유아 지원 등 비정치적 분야를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혀 왔다.

박 대통령은 이 여사에게 “북한의 영아 사망률이 상당히 높고 모자(母子) 건강도 많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북한 ‘모자 패키지 정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 패키지 정책은 박 대통령이 올해 3월 ‘드레스덴 통일 구상’을 통해 밝힌 사업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국제기구를 통한 모자 패키지 사업과 이산가족 지원 사업에 2241억 원을 배정했다.

또 박 대통령은 “2년 전 (이 여사를) 찾아 뵀을 때 ‘하루속히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차분히 통일 준비를 해 나가자는 마음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이틀 뒤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이 여사를 예방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처음이다. 회동은 박 대통령이 올해 8월 김 전 대통령 5주기에, 이 여사가 이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35주기에 서로 화환을 보낸 데 대해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뒤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지원했다. 퇴임 이후인 2004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예방해 “아버지 시절 여러 피해를 입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감사하다. 최대 정적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화답했다. 또 “동서화합이 중요하고 여기서 실패하면 다른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박정희가 환생해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고 썼다.

박 대통령과 이 여사의 회동은 50여 분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이 여사에게 계영배(戒盈杯·7할 넘게 부으면 모두 다 흘러내리는 잔)를, 이 여사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쓴 ‘평화통일’ 휘호를 선물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희호 여사#박근혜 대통령#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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