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LG, PO신사협정 맺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6시 40분


LG 스나이더(오른쪽)가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5회 1사 2·3루서 오지환의 내야땅볼 때 홈으로 파고들고 있다. 넥센 포수 박동원이 필사적으로 태그하려 했으나 공을 놓치고 말았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LG 스나이더(오른쪽)가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5회 1사 2·3루서 오지환의 내야땅볼 때 홈으로 파고들고 있다. 넥센 포수 박동원이 필사적으로 태그하려 했으나 공을 놓치고 말았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포수가 공 없을때 홈블로킹 안하기로
선수부상 방지 차원…룰 제정도 건의

넥센 염경엽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이 플레이오프(PO) 도중 이례적으로 신사협정에 합의했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하고 이뤄진 약속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양상문 감독께 포수가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홈을 막고 있는 블로킹을 하지 말자고 제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결국 염 감독은 양 감독에게 경기 전 이 같은 제의를 했다. 양 감독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는 선수 부상 방지를 위해 올 시즌부터 포수는 공이 없을 때 홈을 막지 않고 주자가 발이나 손으로 홈플레이트를 터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홈 충돌 방지법’을 시행했다. 주자 역시 길이 확보된 상태에서는 의도적으로 포수와 충돌하지 말자는 합의다.

전날 1차전 6회말 무사 1·2루에서 강정호는 홈으로 쇄도하다 최경철과 부딪혀 잠시 쓰러졌다. 최경철이 무리하게 홈을 막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만약 메이저리그 룰을 적용할 경우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점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염 감독은 “강정호나 최경철이나 양 팀 전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들인데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면서 “부상 방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포수들이 오랜 시간 해왔던 습관이라 쉽게 바꾸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서로 최선을 다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내년에 충돌방지 룰 제정을 건의하기로 했고, 감독자 회의에서도 이 내용을 논의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팀이 삼성 류중일 감독과 의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야구는 미국과 달리 대부분 선수들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선후배로 홈 충돌이 소극적인 리그였다. 롯데에서 뛰던 가르시아가 포수와 격하게 충돌해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는 문화적 차이였고 룰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부상 방지를 위해 선배에게 조심스럽게 대하고 후배를 지켜주는 관행은 이어져왔었다.

최경철은 “주자를 몸으로 막는 것은 포수의 숙명이지만 미리 홈을 막아서고 기다리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2차전에서도 주자와 포수의 홈에서 크게 충돌할 뻔한 장면이 있었다. 5회 1사 2·3루서 오지환의 1루수 앞 땅볼 때 넥센 1루수 박병호가 홈으로 송구했다. 3루주자 스나이더가 홈을 파고드는 순간 넥센 포수 박동원은 사전 약속 대로 홈을 비워두고 송구를 받은 뒤 태그를 하려다 슬라이딩한 스나이더와 충돌하면서 공을 떨어뜨려 실점을 했다. 홈을 가로막고 블로킹을 했다면 더 큰 충돌이 일어날 뻔했지만 둘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목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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