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단기전…넥센 3선발 체제 vs LG 4선발 체제

플레이오프(PO) 1차전 승장인 넥센 염경엽 감독(오른쪽)이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PO 2차전을 앞두고 LG 양상문 감독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네고 있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넥센, 밴 헤켄·소사 2차례씩 등판 ‘파격’
변칙법 vs 정공법…선발투수 운용 대결

“우린 3선발로 간다” VS “우린 변함없이 4선발이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 승부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는 3번만 이기면 된다. 한국시리즈도 4승을 먼저 하면 우승이다. 선발투수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패배도 계산해야 한다.

넥센과 LG의 플레이오프는 변칙법과 정공법의 싸움이다. 선발 에이스가 ‘얼마나 자주 나올 수 있느냐’와 ‘얼마나 최고의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르냐’의 갈림길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시작하며 3선발 카드를 꺼냈다. 파격적이지만 현실적인 고민에서 나온 판단이다. 넥센은 20승 투수 밴 헤켄과 이닝소화능력이 뛰어난 헨리 소사가 있지만 3∼5선발은 약하다. 시즌 9승(방어율 5.91)을 거둔 문성현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이 단기전에서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밴 헤켄과 소사가 두 번씩 등판하는 거다”고 말했다. 감독이 이 같은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3선발이 약하다는 약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회복능력이 뛰어난 소사에게 1차전과 4차전을, 에이스 밴 헤켄이 2차전에 등판한 뒤 이동일 하루를 더 쉬어 5차전에 등판한다는 전략이다. 4차전 이전에 시리즈 승리를 확정하면 한국시리즈 1차전에 밴 헤켄을 투입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그러나 소사가 아무리 스스로 특별한 회복 능력에 자신감을 보여도 지금까지 포스트시즌 3선발은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 특히 소사는 슈퍼 에이스급도 아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가 자랑하는 클레이튼 커쇼는 1차전에 이어 4차전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2007년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리오스에게 다시 4차전을 맡겼지만 5이닝 만에 9안타 3실점을 허용했다. 큰 경기가 주는 중압감에 시즌 22승을 거둔 리오스도 회복시간이 더 필요했다. 또한 4차전 이후 불펜의 과부하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철저히 준비된 시스템에 따라 마운드가 운영되기를 바라는 전략가 양상문 LG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도 4선발을 고수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우규민, 신정락, 리오단, 류제국에게 선발을 맡긴다.

양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3선발이 성공한 적이 얼마나 되나?”라고 반문하며 “넥센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은 했다. 우리는 예정대로 4선발이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선발진과 함께 이동현, 유원상, 신재웅, 봉중근 등 불펜진도 체력 안배를 철저히 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차근차근 나아가겠다는 정공법 내에서 전략적 판단을 지키고 있다.

28일 2차전에서 넥센은 에이스 밴 헤켄을 투입하고도 대패했다. 불펜 조상우와 한현희까지 가동했다. 소사와 밴 헤켄이 다시 연이어 선발등판할 수 있는 4∼5차전까지 미뤄질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다. 반면 LG는 리오단, 류제국이 나오는 3∼4차전에서 시리즈 승부를 끝 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선발 맞대결 톱니바퀴는 2차전 종료와 함께 단숨에 LG쪽으로 역전됐다. 염경엽 감독의 변칙법 대 양상문 감독의 정공법. 최후에 웃는 승자는 누굴까.

목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