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기에선 인터넷 언제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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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항공사들 앞다퉈 와이파이 서비스하는데…
美 델타항공 5년 전부터 본격 사용… 유럽선 휴대전화 통화도 허용 추진
대한항공 “안정적 서비스 아직 일러”… 바다 위 운항 많은 것도 장애 요인

세계 항공업계에서 기내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서비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미국과 유럽의 항공사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델타항공의 경우 인천∼미국 디트로이트 노선을 포함해 올해부터 모든 보잉 747-400 항공기에서 기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북미 지역 국내선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 지는 5년이 넘었다. 델타항공은 “북미 국내선 전체 570대를 포함해 매일 3400대가 넘는 와이파이 사용 가능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 에어프랑스, 영국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대부분 항공사들은 유료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가격이 더 낮아지거나 무료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조만간 기내에서 휴대전화로 통화까지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항공안전국(EASA)은 지난달 26일 새로운 항공 안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항공기 안에서 통화 기능을 포함한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유럽 항공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에선 올해 3월 국토교통부가 ‘휴대용 전자기기 사용을 확대 시행한다’고 발표했지만 ‘비행기모드’로 설정된 전자기기를 고도 1000피트(약 300m) 이상 높이부터 쓸 수 있을 뿐 인터넷 사용이나 통화는 안 된다. 국토부 항공기술과 김종무 주무관은 “항공사에서 요청할 경우 안전성 검사 등을 통과하면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신청한 항공사가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은 안정적이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기술 발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의 노선은 바다 위를 운항하는 경우가 많아 와이파이 서비스가 힘들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당분간 기내 엔터테인먼트 다양화에 집중하면서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와이파이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항공사들이 와이파이 도입에 미온적인 데는 중국 상공을 통과하는 노선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 항공사들도 중국 상공에서는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10일 “중국 민용항공총국이 비행기 제조업체와 태블릿PC 생산업체, 통신사 등과 연계해 중국 자체 기술을 사용한 기내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항공기 내 와이파이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모니터 등 기내에 설치된 기기를 통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NN은 최근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는 사람 중 약 70%가 개인용 태블릿PC나 노트북 컴퓨터 등을 휴대하고 있다”며 “항공사가 와이파이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고객들은 자신의 기기를 이용하는 이른바 ‘BYOD(Bring Your Own Device·당신의 기기를 가져오세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기내 인터넷#항공사#와이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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