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묵묵한 기다림…영화판 ‘뚝심의 배우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6시 55분


배우 조안은 ‘소리굽쇠’를, 염정아와 문정희는 영화 ‘카트’를 무대 삼았다. (위쪽) 각기 개성 강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이들은 책임감 강한 참여의식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사진제공|명필름·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안은 ‘소리굽쇠’를, 염정아와 문정희는 영화 ‘카트’를 무대 삼았다. (위쪽) 각기 개성 강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이들은 책임감 강한 참여의식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사진제공|명필름·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 배우들 다양한 영화 향한 열정

조안 30일 개봉 ‘소리굽쇠’ 무보수 출연
“꼭 알아야 할 이야기 출연의무 느꼈다”
‘…독재자’ 박해일, 2년전부터 제작 대기
‘카트’ 여배우도 제작 위해 출연료 삭감


배우들이 열정을 드러내는 방식도 개성 따라 제각각이다.

출연료를 받지 않고 영화에 참여하거나 원하는 작품을 위해 2년의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린 뚝심의 배우도 있다. 영화의 매끄러운 완성을 위해 출연료를 낮춘 스타들도 있다. 자존심 대결 대신 ‘화합’을 택한 배우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에 관객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영화를 만나게 됐다.

배우 조안은 30일 개봉하는 ‘소리굽쇠’에 무보수로 참여했다. 재능기부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간 위안부와 그 손녀의 이야기. 전쟁이 끝나고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조선족으로 편입된 위안부 할머니를 통해 비극적인 역사를 담아냈다. 영화에서 조안은 손녀 역을 제의받고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연출자 추상록 감독과 스태프도 개런티 없이 참여키로 한 사실을 접한 뒤였다. 조안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로 출연의 의무감을 느꼈다”며 “아픈 역사가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 ‘소리굽쇠’를 찍으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조안은 연기를 넘어 영화 주제곡까지 불렀고 직접 쓴 손글씨도 영화에 삽입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은 자발적인 참여다. 그를 포함한 ‘소리굽쇠’ 제작진은 영화로 얻은 수익금을 위안부 피해 돕기에 기부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박해일은 ‘나의 독재자’를 무대로 삼았다.
사진제공|반짝반짝영화사
박해일은 ‘나의 독재자’를 무대로 삼았다. 사진제공|반짝반짝영화사

박해일은 30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독재자’가 완성될 수 있도록 도운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2년 전 영화 제작이 본격 추진될 때부터 아들 역에 의욕을 보였고, 여러 사정으로 촬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캐스팅을 포함해 제작에 관여하며 자신의 입장을 앞세우는 여느 배우들과 전혀 다른 행보다.

‘나의 독재자’의 한 제작 관계자는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박해일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여러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고 말했다. 박해일의 단단한 의지는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설경구와 펼친 부지지간의 호흡은 근래 보기 드문 연기 앙상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완성도를 위해 욕심을 양보한 배우들도 있다. 11월13일 개봉하는 ‘카트’의 출연진이 그렇다. 당초 저예산으로 기획된 영화는 대기업 투자 없이 시작했지만 대부분 대형마트를 배경으로 촬영해야 하는 탓에 제작비가 예상보다 늘어났다.

비용 충당을 위해 고심하던 제작진의 고민은 의외로 간단히 풀렸다. 염정아와 문정희, 김영애 등 배우들이 합심해 스스로 출연료를 낮췄다. 이익보다 영화를 먼저 생각한 참여의식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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