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SNS반상회 “응답하라, 아파트주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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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물려도 참석 않고 반장도 기피… 서울 중구 등 밴드-트위터로 소통 추진

전국에서 처음으로 ‘네이버 밴드’ 반상회를 만든 서울 중구. 사진은 중구 청구동 주민들이 반상회 시행에 앞서 SNS 반상회 활용법을 배우는 모습. 서울 중구 제공
전국에서 처음으로 ‘네이버 밴드’ 반상회를 만든 서울 중구. 사진은 중구 청구동 주민들이 반상회 시행에 앞서 SNS 반상회 활용법을 배우는 모습. 서울 중구 제공
서울 노원구의 소규모 단지 아파트에 이사한 A 씨(37·여)는 최근 아파트 반장으로부터 ‘반상회 불참 벌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3개월에 한 번 열리는 반상회에 1회 불참하면 벌금이 5000원이고 3회 이상 누적되면 매회 불참 벌금 외에 추가로 1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A 씨는 “법적 강제력도 없는 벌금을 왜 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사람들이 동네 일에 관심이 없다 보니 이렇게라도 참여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밖에도 순번에 따라 반상회 장소를 제공하지 않으면 벌금을 걷고, 반상회에 참석하는 주민에게 ‘쓰레기봉투’를 나눠주는 당근까지 제공하며 반상회를 유지하는 아파트까지 있을 정도다.

○ 점점 사라져 가는 반상회

최근 ‘아파트 난방비 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내가 사는 아파트의 살림살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가장 작은 단위인 ‘반상회’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반상회에서 모인 안건이나 건의사항은 보다 큰 대표성 있는 모임인 입주자대표회의에 전달되고, 반대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 반상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반상회 참여율이 이처럼 저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 시책을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창구 정도로 활용되는 데다 맞벌이 등으로 바쁜 주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상회에 참석했다는 윤정웅 씨(39)는 “반상회 불참자 명단을 엘리베이터 앞에 게시해둬 어쩔 수 없이 가봤더니 정부 시책 홍보가 전부여서 시간낭비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상회를 아예 폐지하거나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구청 소식지를 나눠주는 것으로 대체하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는 전체 1764개 반 중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불과 200여 곳(2.6%)에서만 반상회가 열리자 반상회를 ‘주민제안의 날’로 탈바꿈시켰다. 미리 집집마다 용지를 나눠줘 건의·불편사항을 수렴하고 반상회 장소도 경로당, 아파트 관리실, 카페, 동네 슈퍼, 동주민센터 등지로 다양화했다. 성북구에선 참여가 저조하자 반상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건의사항 관리카드’ 형태로 만들어 동에 제출하면 관련 업무 계획 수립 때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동네 반장 기피 현상까지

반상회 개최부터 자잘한 분리수거 감독까지 동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담당하는 ‘반장’ 기피 현상도 만연해 있다. 김모 씨(41·여)는 최근 ‘반장 기피 벌금’을 냈다. 통장이 집으로 찾아와 “6개월씩 돌아가면서 반장을 해야 하는데 이번엔 이 집 차례”라며 “못하겠다면 벌금 5만 원을 내라”고 재촉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에서 거주하는 인구가 가장 많은 송파 노원 강서구의 경우 반장 수가 크게 부족하다. 노원구는 6013명의 반장이 필요하지만 4334명만이, 강서구는 4810명 정원에 3701명, 송파구는 4172명 정원 중 3783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 자치구 주민센터 관계자는 “현역 반장도 이름만 걸쳐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통장은 자녀 학비를 일부 지원해주거나 수당 제공 등 인센티브가 있어 하려는 사람이 있지만 그마저도 없는 반장은 기피 대상”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중구에서는 9월부터 모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많이 사용되는 네이버 ‘밴드’를 활용한 온라인 반상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이웃 사이의 소통이 사라지면서 나온 신풍속도다. 통장들이 중심이 돼 주민들에게 가입 초청 문자를 보내 모임을 꾸리고 매달 25일 정해진 시간에 반상회를 여는 식이다. 청구동에선 이미 7월부터 자체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심 많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청구네’ 밴드를 만들어 구정 소식이나 행사를 공지하고, 주민 간 실시간 채팅을 하거나 사진첩을 공유하고 있다. 송파구도 2012년 트위터 반상회를 도입해 매달 트위터를 통해 주민 의견을 듣고 있다. 한 달 평균 20여 건의 민원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서대문구는 2012년 트위터 반상회를 도입했지만 참여자가 적어 온라인 반상회를 아예 중단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SNS#반상회#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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