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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학 탐방]기업주문식 교육 20년… 국내외 700개 업체와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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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학 탐방]기업주문식 교육 20년… 국내외 700개 업체와 ‘동행’

이권효기자 입력 2014-10-28 03:00수정 2014-10-2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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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진 78%가 산업체 경력자… 대기업 취업 5년간 3600명
9월 대통령이 직접 학교 방문도
영진전문대 학생들이 캠퍼스에 있는 ‘주문식 교육’ 표지석을 지나고 있다. 학생들(9개 계열, 3개 학과 8200여 명)은 기업 주문식 교육을 취업의 징검다리로 여긴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업무를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주문하는 자세가 몸에 밴 것 같습니다.”

올해 2월 영진전문대 전자정보통신계열을 졸업하고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김영환 씨(24)는 27일 “주문식 교육으로 취업했으니 이제는 회사 발전을 위한 주문형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에 취업한 윤순재 씨(23·신재생에너지전기계열 졸업)는 “기업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덕분에 자신 있게 근무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간호학과를 졸업한 김선우 씨(25)는 서울대병원에 취업했다. 그는 “주문식 교육은 꿈을 이루게 해준 디딤돌”이라며 “병원을 찾는 분들에게 신뢰를 주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는 강혜미 씨(21·국제관광계열 졸업)도 “승무원 취업에 적합한 교육으로 여고생 때부터 원하던 승무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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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자신감과 자부심이 강했다. 주문식 교육으로 취업한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과 취업한 기업이 발전하도록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지는 자세도 공통점이다.

○ 주문식 교육 개척 20년

기업에 필요한 교육을 한다는 ‘주문식 교육’ 하면 영진전문대를 떠올린다.

현재 국내 543개 기업, 10개국 140개 기업과 주문식 교육 협약이 돼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713명을 포함해 최근 5년 동안 졸업생 3600여 명이 삼성과 LG, SK 등 대기업에 취업했다. 2011년 교육부가 선정하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WCC)’에 뽑힌 것뿐 아니라 특성화 정부 지원(올해 50억 원)과 취업률(올해 79%) 등이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대통령이 특별히 방문해 주문식 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1977년 대구 북구 복현동 팔공산 입구에 과수원을 밀어내고 개교했을 때 영진전문대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2차 모집이어서 1차 모집 전문대에 떨어진 학생들도 입학을 꺼렸다. 보잘것없던 3류 대학이 벼랑 끝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외길이 국내 첫 기업 맞춤형 주문식 교육이다.

대학 교육이 기업에 필요한 내용과 동떨어졌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본 영진전문대는 1990년대 들어 기업 주문식 교육에 승부를 걸었다.

기업이 신뢰하도록 1993년부터 산업체 경력을 필수조건으로 교수를 임용했다. ‘주문식 교육을 위한 공채 1기’로 임용된 최영태 교수(64·신재생에너지전기계열)는 “대학과 기업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교수 194명 가운데 78%가 기업 근무 경력이 있다. 교재도 기업의 검증을 받아 만들었고 커리큘럼도 기업과 협의해 짰다. 현재의 명성은 1994년 시작해 20년 동안 쌓은 노력의 정직한 결과다.

○ 기업 성장을 추구하는 주문식 교육

“유능한 여성 설계엔지니어 꿈을 실현할 가장 현실적 해답이라고 봅니다. 공부를 해보니 교육과정과 학교의 지원이 무척 만족스럽고요.” 입도선매(立稻先賣) 전형으로 올해 입학한 손주휘 씨(19·컴퓨터응용기계계열)의 말이다.

입도선매 전형은 20년 주문식 교육의 진화된 방식으로 지난해 도입했다. 컴퓨터응용기계계열과 전자정보통신계열에서 각 20명을 선발한다. 학비가 없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등 여건이 매우 좋다. 그대신 고교 졸업생 가운데 가능성이 최고 수준인 학생을 선발한다. 잠재력 높은 학생을 빨리 확보해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다.

주문식 교육은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168명 등 최근 4년 동안 220여 명이 호주 중국 미국 싱가포르에 취업했다. 일본기계자동차설계반을 올해 졸업하고 요코하마에 있는 혼다자동차 설계협력업체 연구소에 취업한 천정민 씨(22)는 “실력으로 인정받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주문식 교육으로 취업한 선배들은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매년 보낸다. 기업들도 주문식 교육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장학금을 낸다.

영진전문대는 최근 ‘제1회 영진인문학백일장’을 열었다.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기업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막연한 교양이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인문학적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구상이다. 김상호 학생복지취업처장은 “기업의 주문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을 성장시키는 쌍방향 주문식 교육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 “현장형 인재 양성 조금씩 성과… 더 큰 열매 맺을것” ▼

최재영 영진전문대 총장


“재학생은 꿈을 키우는지, 졸업생은 기업에서 인정받는지 늘 걱정합니다.”

최재영 영진전문대 총장(49·사진)은 27일 “입학에서 졸업, 취업 후까지 학생들이 인생을 낭비하지 않도록 마음 졸인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쌓아온 기업주문식 교육을 ‘작은 결실’이라고 여길 뿐 성취나 성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교육부 평가나 취업률 등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때마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드러난다”며 “성취감에 젖는 순간 미래를 보는 시야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슴에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도 지키기 어려움)’과 ‘하학상달(下學上達·차근차근 노력해 높은 수준에 도달함)’이라는 두 마디가 새겨져 있다. 대학 경영의 나침반인 셈이다.

그는 “교정을 오갈 때마다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삶의 컴퍼스(방향을 나타내는 기구)를 잘 맞춰 나가는지, 교직원들이 뒷바라지를 잘하는지 돌아본다”고 말했다. 최 총장에게 캠퍼스와 컴퍼스는 ‘같은 방향’에 맞춰져 있다. “대학과 기업은 넓은 뜻에서 같은 캠퍼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총장은 영진전문대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취업을 넘어 삶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그는 “전문대 출신에서 유능하고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가 많이 배출되면 좋겠다”며 “지금 하는 교육이 이를 위한 토대가 되도록 나 자신에게 엄격한 주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북대 교수와 영진전문대 경영기획부총장을 지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영진전문대학#기업주문식#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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