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적수] 봉중근 vs 손승락 “PO는 우리가 끝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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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손승락(오른쪽). 스포츠동아DB
봉중근-손승락(오른쪽). 스포츠동아DB
#1979년 11월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긴테쓰 버펄로스의 일본시리즈 7차전. 히로시마가 4-3으로 앞선 9회말 좌완투수 에나쓰 유다카가 마운드에 올랐다. 17개의 공을 던진 상황에서 1사 만루 위기, 그러나 에나쓰는 이후 단 4개의 공으로 경기를 끝내고 우승했다. 이 극적인 상황은 ‘에나쓰의 21구’라는 에세이로 단편집에 묶여 출판되기도 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선동열 전 KIA 감독은 현역시절 가장 기억나는 영광의 순간 중 하나로 1999년 우승 직후 ‘헹가래 투수’가 됐던 점을 꼽는다.

#2007년 일본시리즈 5차전, 주니치 야마이 다이스케는 니혼햄 타선을 상대로 8회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하고 있었다. 대기록을 눈앞에 둔 9회, 그러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은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로 교체를 지시했다. 승리를 결정짓는 헹가래 투수는 주전 마무리 이와세이어야 한다는 게 감독의 결정이었다.

마무리투수는 단 1이닝 혹은 2이닝 안팎만 던지면 된다. 7이닝, 8이닝 동안 100개 이상의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에 비해 훨씬 쉬워 보인다. 그러나 리그에서 10승 투수보다 훨씬 찾기 어려운 것이 수준급 마무리다. 10승 투수가 없어도 우승 할 수 있지만 정상급 마무리가 없이는 쉽지 않다.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장식한 강팀에는 항상 최고의 마무리투수, 그리고 그들의 역투가 있었다. 넥센과 LG의 2014플레이오프는 리그 최고의 우완 정통파 마무리와 리그 최고의 좌완 클로저의 맞대결이다. 그들의 손끝에서 승부의 갈림길이 결정될 수 있다. 승부의 세계, 그중에서도 가장 아슬아슬한 칼끝에 서서 공을 던지는 듯한 맞수, 적수의 맞대결이다.

넥센 손승락은 플레이오프에서 그 역할에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주인공이다. 올 시즌 32개의 세이브를 올렸지만 방어율이 4.33으로 매우 높다. 블론세이브는 6개나 된다. 포스트시즌에서 역할이 선발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넥센에 손승락처럼 경험 많은 마무리투수는 없다. 8회 등판하는 투수와 9회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호흡부터 다르다. 마지막 승부처가 박빙으로 이어질수록 손승락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LG 봉중근(34)은 시즌 2승4패 30세이브 방어율 2.90을 기록했다. 최하위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오른 LG 대역전극의 주역이다. 방어율은 낮지만 블론세이브 기록은 손승락과 같은 6개다. 그러나 피안타율 0.264는 손승락의 0,284보다 낮다. 특히 넥센과 6경기에서 단 1실점도 하지 않았다. LG가 거포군단 넥센을 상대로 희망을 걸고 있는 부분이다.

넥센은 손승락이 3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봉중근은 “지난해 손승락을 통해 승리에 대한 욕망을 봤다. 준비는 끝났다. 무조건 던질 수 있을 때까지 던지겠다”고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목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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