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성화에… 모셔온 김성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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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새 사령탑 전격 낙점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72·사진).

그는 원래 팬들의 사랑을 받는 감독은 아니었다. ‘독한 야구’ ‘벌떼 야구’ ‘데이터 야구’ ‘관리 야구’ 등 갖은 수식어가 붙었지만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쪽이 더 많았다. 1999년 쌍방울 감독 시절까지 그는 ‘지옥훈련’으로 악명 높은 감독일 뿐이었다. 그가 팬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2002년 약체로 평가받던 LG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이후다. 호성적에도 시즌 후 구단 고위층과의 불화로 경질되자 그를 응원하는 팬들은 더욱 늘었다.

김 감독을 향한 팬덤(팬 집단과 그 문화)이 본격화한 것은 2007년 LG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그해부터 4년간 SK는 한국시리즈 우승 3번과 준우승 한 번을 차지하며 최강 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1년 시즌 중반 또다시 구단 고위층과의 갈등 속에 중도 하차하자 그를 향한 팬들의 마음이 더욱 애틋해졌다. 그해 곧바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약 팀 팬들에게 그는 언제나 모셔오고 싶은 감독 0순위였다.

김 감독을 다시 한국 프로야구로 불러들인 것은 한화 팬들이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한화 팬들은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다. 한화는 같은 기간 최하위를 다섯 차례 했다. 그렇게 지는데도 팬들의 응원 함성은 더 높아졌다. 다른 팀 팬들은 그런 한화 팬들을 ‘보살’이라 불렀다.

그런데 보살들도 결국은 사람이었고 야구팬이었다. 그들은 승리를 갈구했다. 팀 분위기를 바꾸고 혁신시켜 줄 구세주를 원했다. 적임자는 다름 아닌 김 감독이었다.

김응용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한화는 당초 내부 승격을 생각했었다. 팬심(心)은 달랐다. 온라인에서는 김성근 감독을 모셔오자는 청원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한화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보살들의 움직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결심을 이끌어냈다. 김 감독은 25일 저녁 3년간 20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의 조건에 한화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1984년 OB(두산의 전신)를 시작으로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에 이어 7번째 프로 구단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한화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과거의 사례들은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 감독은 1989년 전년도 최하위였던 태평양을 플레이오프에 직행시킨 것을 시작으로 맡는 팀마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 감독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전제하에 어떻게 이길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느냐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다가올 마무리 훈련부터 한화 선수들은 무수한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김성근#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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