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 기업]대덕단지-SK 연구성과 모은 ‘기술 장터’, 벤처대박 꿈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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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대전, 기초과학연구 특구서 벤처창업 특구로

《 대전에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SK그룹의 비전은 명확하다. 바로 기초과학 연구 중심 지역으로 성장해온 대전을 ‘벤처 대박 특구’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대전은 1973년 조성된 대덕 특구를 중심으로 기초과학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지역이어서 그동안 벤처기업 창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대전에 있는 연구기관들의 기술력이 높음에도 창업을 통해 수익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우는 매우 적었던 것을 개선하겠다는 게 SK그룹의 목표다.

이달 10일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전 창조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대전 지역의 연구기관들이 창업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 중 “대전은 세계적인 과학 도시로 발돋움했지만 창업과 기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연구소와 대학의 풍부한 연구 성과를 제대로 사업화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

10월 10일 열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SK그룹 관계자들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함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10월 10일 열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SK그룹 관계자들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함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 가능한 생태계 구축

대전을 벤처 대박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SK그룹은 우선 ‘벤처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SK그룹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집중적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대전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미 지난달 공모를 통해 10개의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에 1000만 원의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사무 공간과 제품 제작을 위한 장비도 제공하고 있다. 또 마케팅 활동을 지원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 SK그룹은 이번에 선정된 벤처기업들이 국제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경우 SK텔레콤 미주 지역 투자 자회사인 이노파트너스와 글로벌 창업 기획사인 랩나인을 활용해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해외진출 노하우 부족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술에 목마른 예비 창업자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배려했다. 대덕특구 내 연구기관들과 SK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기술을 예비 창업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술 사업화 장터’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플랫폼에는 올해 말까지 2400건의 기술이 등록되고, 매년 1100건의 기술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들 기술 중 일부는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시도를 이상적인 ‘대기업과 벤처기업 상생모델’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또 정부가 창조센터 조성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꿈틀거리고 있는 대전 창조센터

대전 창조센터에서는 ‘벤처 대박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추고도 확실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벤처기업들이 창조센터에 입주하고 SK그룹의 지원을 받으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벤처기업들은 제품 시연회를 준비하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만 찍으면 자동적으로 동영상이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엠제이브이’의 경우 조만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해 ‘유튜브’를 공략할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엠제이브이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이 풍부한 지원군을 얻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SK그룹이 갖고 있는 사업 노하우, 자금력, 해외 네트워크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T 업계에서 차세대 핵심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관련 벤처기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체온을 전기로 전환해 스마트폰 같은 제품의 보조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테그웨이’ 같은 업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테그웨이는 애플 아이폰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흥하이그룹과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이 많은 나이키로부터 ‘제품 샘플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최근 받았다.

테그웨이 관계자는 “신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표준화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데 솔직히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SK그룹의 유통망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소형 분광센서기를 개발한 ‘나도람다코리아’도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일부 글로벌 기업보다도 먼저 스마트폰에도 장착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분광센서기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도람다코리아 관계자는 “SK그룹의 지원으로 시제품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국내외 잠재적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해외에서 제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로드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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