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바흐의 발자취 순례… 소년∼장년시절 모습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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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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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최정동 지음/432쪽·2만 원·한길사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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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로크 음악의 완성자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사진)도 넓은 세상을 주유하며 살지는 않았다. 대부분 옛 동독 중부에서 남부에 속하는 지역에서 교회에 속한 음악가로 비교적 소박한 삶을 살았다. 영국을 오가며 국제인으로 살았던 헨델과 대조된다.

이 책은 그가 출생한 아이제나흐에서 묻힌 라이프치히까지, 베토벤이 ‘시냇물(Bach)이라기보다 바다(Meer)다’라고 평가한 대(大)바흐의 궤적을 좇은 여행서다. 바흐의 작품세계를 정밀하게 설명하거나 그의 정신세계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데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차근차근 저자의 순례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의 특징에 비춰진 대작곡가의 진솔한 면모를 만나게 된다.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지속된 아른슈타트 교회 오르가니스트 시절의 모습은 의외를 넘어 코믹하다. 파곳 연주가의 실력을 힐난하다 주먹다짐에 이르고, 코랄 전주곡이 길다는 교회 관리들과 갈등을 빚다 몇 소절만 치고 끝내 회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그의 삐딱한 면모는 탄생 300주년을 맞아 이 도시에 세워진 조형물에 남았다.

주인공인 바흐 말고도 페이지를 수놓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를 경모하고 후원한 레오폴트 대공을 비롯해 바흐 시대의 인물들이 있고, 언뜻 무뚝뚝해 보이지만 순례자를 알아보고 안내를 자청하는 현지인들의 순수함이 있다. 저자의 바흐 입문 시절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던 음반점 주인의 추억, 그동안 만난 음반 고수들의 일화도 책갈피 넘기는 손길을 즐겁게 만든다. 순례길에서 마주치는 리스트와 괴테 등 거장들도 책의 무게감을 더한다.

책의 제목에는 불만이 남는다. 바흐의 음악 세계는 기하학적이기까지 한 논리적인 완결미가 돋보인다. 정서적인 측면을 찾아본다면 개인적이기보다는 교회적이고 영적인 면에서 두드러진다. 바흐가 아내와 사별할 무렵 쓴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1번 1악장에서 착안한 제목이지만, 그의 전 궤적을 돌아보는 책의 제목으로는 아무래도 적합하지 않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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