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2023년 전환 목표” vs 전문가 “구체 계획 담았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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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재연기 후폭풍]쟁점 놓고 韓美당국-전문가 시각차

韓美국방, 전작권 전환 연기 서명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3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미 국방부 청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를 명시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에게 건네고 있다. 국방부 제공
韓美국방, 전작권 전환 연기 서명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3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미 국방부 청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를 명시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에게 건네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양국이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무기 연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 위협의 증대라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정부가 언제까지 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 뒤에 숨으려는 것이냐”는 비판론도 나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경우 한반도에 배치하면 군사적으로 대북(對北)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중국과의 관계 등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는 다른 함의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향후 미국은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현실화한 마당에 중국을 제어하고 북핵 문제에 공동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 및 한미 안보 협력의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시간 벌기용 단기처방” vs “현실성 고려해야”

시기를 정하지 않은 전작권 전환 논란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3일(현지 시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개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는) 상당히 비약적인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장관은 “우리의 전작권 전환 의지는 확실하고 이를 뒷받침할 이행체제도 내년부터 만들 것”이라며 “통일이 되거나 북의 비핵화가 되면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조건에 관계없이 전작권 전환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건만 내세우는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단기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며 “우리 군의 대북 핵 미사일 능력만 따질 게 아니라 더욱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급변 상황과 통일 등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합의문에 담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실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시기에 초점을 맞춘 전작권 전환은 또다시 재연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과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증가 등을 현실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중국 놓고 사드 배치 고심하는 한국

이번 SCM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여전히 살아있는 현안이다. 이날 SCM 공동기자회견에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어떤 결정이 내려지거나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헤이글 장관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 향후 당국 간 논의가 이뤄질 여지는 남겨 뒀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사드 논의 배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한 한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지만 군사적으로 사드 배치가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한미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 교수는 “한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이라는 원칙을 갖고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사드 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열수 교수는 “정치·외교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현재로선 적절하지 않다”며 “북한이 만약 2차 고위급 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뒤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감행한다면 중국에 대해서도 사드 배치의 명분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재비준 요구” 미군기지 이전

이번 SCM 합의에서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한미연합사령부(CFC)를 비롯해 경기 동두천의 주한미군 기지를 잔류키로 한 것도 사실상 기존 미군기지 합의의 백지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용산기지 전체면적 기준으로 20%에 육박하는 부지와 경기 전방 주한미군 기지의 대부분이 남기로 한 것은 기지 이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전체 용산기지 중 돌려받기로 한 부지를 기준으로 치면 10% 이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주한 미군기지 이전 관련 한미 협약의 재비준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이 동북아시아 내 안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에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이번 합의에서 한미일 정보 공유 협력을 포함시킨 것도 앞으로 한일 군사협력의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방부#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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