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회, 밥만 축내” 최고위원직 사퇴… 與 어리둥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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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 꺼내 대통령에 염장뿌려”… 김무성 대표 정조준해 각 세워
金대표 “사전 논의없이… 이해안가”



폭탄선언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 도중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빠져나오고 있다.
폭탄선언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 도중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빠져나오고 있다.
출범 100일을 막 지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청와대가 반격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23일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당 지도부 전원 명의의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겠다며 당청 갈등 수습에 나선 김 대표로선 곤혹스러운 형국이다.

김태호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치는 차원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법만 제발 통과시켜 달라’고 애절하게 말했는데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나”라며 “오히려 ‘개헌의 골든타임이다’라며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고 비판했다. 중국 방문 중 개헌론에 불을 붙인 김 대표를 정조준한 발언으로 해석할 만했다.

분권형 개헌을 역설해 온 김 의원은 이어 “이완구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을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묵묵부답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제지하는 듯한 손짓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묵묵부답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제지하는 듯한 손짓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 의원의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으로 당 안팎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전혀 이야기가 없었다. 이해가 안 가는 사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이 흔들릴 수 있다”며 사퇴를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사의를 접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저녁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김 의원을 만났다. 두 사람은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김 의원은 김 대표에게 사퇴 배경을 주로 설명했다. 김 대표는 “김 의원은 사퇴 의사를 고수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개헌과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 이 둘은 집권여당의 피할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작금의 사태를 보면 청와대와 당이 대립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여 개헌과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 이 둘 다 새누리당의 절박한 과제임을 알리고자 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김 의원은 청와대와 김 대표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돌파구를 모색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김 의원이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시각도 있다.

당헌·당규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30일 안에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한다. 최고위원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계파 간 신경전이 노골화할 수 있다. 숨죽이던 친박(친박근혜) 진영도 개헌 논란을 계기로 전열을 정비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의 사퇴가 청와대와 김 대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김태호 의원 심야 인터뷰

“내 발언 진의는 하늘이 두쪽 나도 개헌해야 한다는 것
경제활성화法 통과뒤에도 靑 미적거리면 할말 하겠다”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한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23일 밤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내 발언의 진의는 하늘이 두 쪽 나도 개헌은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퇴한 진의가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다.

“개헌은 대통령이 틀어버리면 할 수 없다. 개헌 논쟁이 탄력을 받으려면 대통령이 결심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절박한 위기 상황이다. 경제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야 한다. 정기국회만은 경제에 다걸기(올인)해야 한다.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민생 법안 이야기를 하는데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 뒤에야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는다.”

―김 대표 등 지도부는 사퇴를 말리고 있는데….

“사퇴는 조건부로 하면 안 된다. 계산하면 안 된다. 좌고우면 없이 담백하게 가겠다. 내가 도지사 세 번 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던지지 않았나. 최고위원 미련 없고 번복도 없다.”

―앞으로 뭘 할 건가.

“경제 활성화 논의를 위한 대장 노릇하고 싶다. 다음 주부터 여야 넘나들면서 경제활성화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 법이 통과된 뒤에도 청와대가 개헌 논의를 미적거리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할 말을 하겠다.”

―혹시 오늘 발언은 대통령과 교감한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사이비다.”

―김 대표에게 아쉬운 점도 있었나.

“물론 있었다. 우리가 전당대회에서 선택됐다는 것은 할 말이 있으면 거침없이 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중국 방문 중 개헌 요구는 할 말을 제대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꼬리 내린 것은 아니라고 본 거다.”

―김 대표와는 괜찮나.

“김 대표와 저녁에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설명했다. 순수한 원칙적 뜻을 밝힌 것이고 오해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태호 사퇴#새누리당#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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