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채용 50대 주부 “10월 다섯째주 월요일 출근, 믿기지 않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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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리스타트 잡페어]희망을 얻어 간 구직자들

취업 이벤트 코너에도 끝없는 행렬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리스타트 잡페어’에는 다시 일자리를 찾는 여성과 은퇴자 등 구직자뿐만 아니라 행사장을 둘러보러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이벤트 구역에 마련한 취업타로카드 부스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부 방명옥 씨(54)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막한 ‘2014 리스타트 잡페어―새 희망의 일터로’ 행사장을 친구와 함께 찾았다. 취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 씨는 롯데마트 부스에서 면접을 본 후 신선식품 진열 및 관리를 맡는 영업 담당(행복사원)으로 채용이 됐다. 실무자와 면접 및 직무 교육 등을 거친 방 씨는 다음 주 월요일 롯데마트 송파점으로 ‘첫 출근’ 한다.

○ “‘리스타트’를 통해 희망을 봤어요”

방 씨는 15년 동안 텔레마케터로 일해 오다 두 달 전 퇴사했다. 그는 “집에서 편히 쉴 수도 있지만 자녀들이 모두 커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일자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직원으로 채용된 것에 대해 방 씨는 “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며 “‘아줌마의 힘’을 발휘해 새 직장에서도 잘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이번 행사 기간 3개 점포(서울역점, 중계점, 송파점)가 함께 부스를 차려 방 씨를 포함해 총 8명을 채용했다.

바리스타를 꿈꿨던 주부 정명주 씨(40)도 희망을 봤다. 스타벅스코리아 부스에서 상담 받은 정 씨는 현장에서 바로 채용되지는 않았지만 “열정이 남달라 (주부 바리스타 채용 시) 면접 전형에 참여시키겠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2001년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은행을 그만뒀던 정 씨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에 전념해왔다. 2011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몇몇 커피전문점의 ‘문’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정 씨는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 남양주에서 광화문까지 왔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 기업들도 “인재 확보했다” 환영

SK텔레콤의 상담센터 운영 업체인 ‘서비스에이스’는 이번 행사에서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오랫동안 비어 있었던 노무 담당자의 자리를 메울 만한 ‘인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대형 유통업체에서 10년간 노무 담당자로 근무했던 최모 씨(39). 그는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일하기 위해 최근 희망퇴직을 했다. 서비스에이스 인사팀은 그를 특별 채용하겠다며 이력서 등을 검토해 다음 주 면접을 하기로 했다. 임큰솔 서비스에이스 담당자는 “최 씨는 경력 및 자격증 보유 등은 물론이고 취업에 대한 의지도 강해 보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시간선택제로 190명을 뽑았는데 이 중 4명은 지난해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 때 우리은행 부스에서 상담을 받은 구직자였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 행사를 계기로 채용된 분들이 이미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들 경력이 있어 잘 적응하고 있다”며 “올해도 많은 분이 취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구직자들의 제안도 이어져

행사 참가자와 인사담당자들은 이번 행사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특화된 취업박람회로 자리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직자들은 행사장에 마련된 게시판에 “이번 행사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글을 남겨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도 잊지 않았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30, 40대 경력단절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어 중장년층 남성과 은퇴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직무를 기업과 정부에서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존의 파트타임(아르바이트)과는 다른 근무형태임을 알리는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이런 지적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생기는 ‘성장통’이라고 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재 일터에 있는 근로자들이 육아 가사 학업 등의 이유로 일선 현장을 떠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일제와 시간제를 오갈 수 있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내년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김성모·김범석 기자
#채용#구직#리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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