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가을사나이] 버틀러, 동점·결승타…KC 반격 1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6시 40분


아메리칸리그의 지명타자 자리는 수비 능력은 떨어지더라도 팀 타선의 핵을 이루는 선수의 몫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티스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시즌 내내 글러브를 끼지 않지만 오티스는 내셔널리그 룰로 치러지는 경기에서 1루수로 출전한다.

1985년 이후 29년 만에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올 시즌 아킬레스 건은 지명타자였다. 빌리 버틀러(28)가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내 공격력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버틀러는 2012년 타율 0.313, 29홈런, 107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고작 9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로열스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95개의 홈런을 기록한 것도 지명타자 버틀러의 파괴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포스트시즌에 들어 월드시리즈 직전까지 로열스가 기적의 8연승 행진을 이어갔지만 버틀러는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5타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홈런을 단 한 개도 치지 못해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전혀 펼치지 못했다. 캔자스시티는 22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1-7로 완패해 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23일 카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버틀러의 이름을 연호하는 홈 팬들의 환호성이 우렁차게 메아리쳤다.

1회초 캔자스시티 선발투수로 나선 요르다노 벤추라가 상대 1번타자 그레고르 블랑코에게 홈런을 맞아 0-1로 리드를 빼앗긴 상황에서 이날 5번 지명타자로 나선 버틀러는 1회말 2사 1·2루에서 좌중간 적시타를 날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2로 동점을 이룬 6회말 무사 1·2루. 샌프란시스코 브루스 보치 감독은 선발투수 제이크 피비 대신 진 마치를 마운드에 올렸다. 역대 전적에서 버틀러가 피비를 상대로 타율 0.424(33타수 14안타)로 유독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버틀러는 1회와 거의 똑같은 타구를 날려 2루 주자 로렌조 케인을 홈으로 불러들여 이날 경기의 결승 타점을 올렸다. 캔자스시티는 버틀러의 적시타를 기점으로 6회에만 대거 5점을 뽑아내며 7-2로 승리해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버틀러는 1985년 조지 브렛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동점타와 적시타를 모두 때려낸 첫 번째 로열스 선수가 됐다.

지난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4번째로 로열스에 지명된 버틀러는 4년간 3000만 달러(약 317억원)의 장기 계약이 올 시즌 후 만료된다. 2015년에는 구단이 옵션을 행사할 경우 1250만 달러를 받게 되지만 로열스가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월드시리즈는 무대를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25∼27일까지 3∼5차전을 치른다. 버틀러는 벤치를 지키다 승부처에서 대타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로열스가 최소한 1승 이상을 따내야만 버틀러가 홈 팬들 앞에 다시 설 수 있게 된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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