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진정한 여풍으로 달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6시 55분


대형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아픔을 그린 영화 ‘카트’의 장면들. 염정아·문정희 등 배우들과 부지영 감독이 의기투합, 상업영화로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 호평받고 있다. 사진제공|명필름
대형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아픔을 그린 영화 ‘카트’의 장면들. 염정아·문정희 등 배우들과 부지영 감독이 의기투합, 상업영화로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 호평받고 있다. 사진제공|명필름
■ 여배우들·여성감독·여성 제작자가 만든 ‘대형마트 해고 사태’ 영화

내달 13일 개봉 속 여성들 과감한 도전 눈길

2년만에 주연 염정아 현실적 연기 호평
부지영 감독은 “가족영화 틀에서 접근”
제작자 심재명 대표, 또 사회비판 영화

이것이 진짜 ‘여풍(女風)’이다.

실력파 여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여성감독의 힘 있는 연출, 다수의 화제작을 만든 여성 제작자가 만나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화를 완성했다. 제작 기간만 6년이 걸려 11월13일 개봉하는 ‘카트’다.

2007년 한 대형마트에서 일어난 대규모 해고 사태를 그린 ‘카트’는 그동안 상업영화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내 주목받고 있다. 기획과 촬영 단계에선 사회성 짙은 영화로만 알려졌던 영화는 22일 첫 시사회를 통해 이야기를 공개하며 뜨거운 반응을 모으고 있다. 누구나 겪을 법한 노동문제를 현실적으로 반추하는 동시에 우정과 가족애를 버무린 휴머니즘도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카트’에 출연한 주조연 연기자들은 대부분 여배우들이다. 주인공 염정아를 비롯해 문정희, 김영애, 천우희, 황정민 등이 이야기를 이끈다. 맨 얼굴로 스크린에 나선 이들은 각각의 사연을 실감나게 풀어내며 매력적인 앙상블을 완성했다.

특히 ‘간첩’ 이후 2년 만에 영화에 나선 염정아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생활비 걱정하던 평범한 아줌마에서 부당한 대우를 겪고 그에 저항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연기했다. 염정아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평범한 생활인”이라며 ‘카트’에 나선 각오를 밝혔다. “아이를 키우는 여자 입장에서 영화 속 상황에 상당히 공감했다”고도 했다.

여성감독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부지영 감독은 각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연출로 ‘카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2008년 데뷔작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이후 다양한 소재의 단편으로 실험을 거듭하며 쌓은 실력이 ‘카트’에 고스란히 담겼다. 부 감독은 “노동영화를 벗어나 우정과 동료애 같은 보편적인 감정으로 이야기를 채우고 싶었다”며 “가족영화나 성장영화란 틀에서 이야기를 맞춰 나갔다”고 밝혔다.

부지영 감독에게 ‘카트’ 연출을 맡긴 이는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충무로에서 손꼽히는 여성 제작자인 그는 2009년 이후 본격적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를 보며 ‘카트’를 기획했다. 이후 목포MBC 교양 PD 출신 김경찬 작가를 만나 각본을 맡겼고, 2011년 4월 탈고된 초고 시나리오를 보완하며 부 감독의 참여까지 이끌었다.

2년 전 사법 현실의 문제를 파고든 영화 ‘부러진 화살’로 345만 관객을 불러모은 심 대표는 ‘카트’로 다시 한 번 사회비판적인 실화를 펼친다. 대자본을 공격하는 이야기 탓에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심 대표는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 자체가 해고된 분들에게 죄송한 일이었다”며 “적은 제작비로 구상해 시작했지만 막상 촬영 규모가 커지면서 제작비가 늘어났다”고 했다. 힘을 보탠 건 출연진과 스태프. 염정아 등 출연진은 스스로 개런티를 낮추고 영화의 완성을 도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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