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 ‘아름다운 이별’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3일 16시 53분


코멘트
이만수 SK 전 감독.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만수 SK 전 감독.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야구 인기가 높아질수록 감독들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성적이 나쁘면 잔여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팀 성적이 좋아도 구단과의 갈등으로 옷을 벗는 경우도 있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곳이 프로야구 감독 시장이다.

올해로 SK와 3년 계약이 만료된 이만수 전 감독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하진 못했다. SK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이 전 감독은 운이 좋은 편이다. 요즘엔 계약 기간을 꼬박 채운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길 만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감독은 구단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었다.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SK 신임 김용희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그런데 SK는 이 행사에 이만수 전 감독도 초청했다. 들러리로 부른 게 아니다. 8년간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팀을 위해 일한 이 전 감독은 취임식과 함께 열린 이임식의 주인공이었다.

스크린에는 이 전 감독이 SK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영상이 상영됐다. 행사에 참석한 최창원 구단주는 이 전 감독에게 행운의 열쇠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최 구단주는 며칠 전 이 전 감독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정중하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구단과 이 전 감독은 갈등 관계였다. 야구관이 달랐고, 선수단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시즌 후반 성적까지 곤두박질치자 양 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구단 발표에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고, 감독의 발언에 구단이 내용을 정정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헤어질 때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다. SK 구단은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4강 싸움을 펼쳤던 이 전 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이 전 감독 역시 자신과 함께 해 온 프런트 및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

임원일 SK 대표이사는 "이 세상은 덧셈 못지않게 뺄셈(이만수 전 감독을 지칭)이 중요하다. 팀을 위해 애써 오신 이 감독님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가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임식을 하게 됐다. 좋은 관례를 만들어주신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 모르는 세상에서 양 측은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