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전어 뼈째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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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전어(錢魚).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올 만큼 맛이 있다거나,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고 할 만큼 고소하다고 소개하는 것은 이제 식상하다. 그래도 전어 철이 돌아오면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생선임엔 틀림없다.

왜 생선 이름에 돈 전(錢)자가 붙었을까. 싸움 전(戰)에는 창 과(戈)가 하나만 들어 있지만 돈에는 창이 두 개나 들어 있다. 돈 싸움은 전쟁보다 더 격렬하다는 뜻인데, 돈 싸움을 해서라도 먹어야 할 만큼 맛있다는 뜻일까.

‘전어 세꼬시(세코시).’ 수족관에 전어가 그득한 횟집에 어김없이 붙어 있다. 언중도 ‘세꼬시’를 즐겨 쓴다. 하지만 우리말이 아니다. 일본말 ‘세고시(背越し)’를 되게 발음한 것이다. 작은 생선에서 머리 내장 등을 빼내고 뼈째 잘게 썰어낸 것을 뜻한다. 뼈꼬시라는 이도 있다. 뼈째 먹는 데다 고소하다 해서 그럴 것이다. 물론 표준어가 아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3월 ‘뼈째회’라는 순화어를 내놓았다. 같은 해 5월엔 생선과 채소, 두부 등을 넣어 맑게 끓인 국을 ‘지리’가 아니라 ‘맑은탕’으로 쓰자고 했다.

횟집에서는 유독 일본어를 많이 쓴다. ‘쓰키다시’도 그중 하나. 가벼운 안주, 전채라는 의미의 일본말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곁들이 안주’ 정도로 쓰면 좋을 것이다. ‘아나고(붕장어)’ ‘우니(성게알)’ ‘사바(고등어)’ ‘가이바시라(조개관자)’ ‘와사비(고추냉이)’ 등등 손으로 꼽자면 한이 없다.

이쑤시개를 아직 ‘요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역시 일본어다. 버드나무 가지로 만들었다고 해서 버드나무 양(楊)에 가지 지(枝)를 더해 양지(楊枝)로 쓰고 ‘요지’라고 읽는다.

우리말이지만 헷갈리는 표현도 있다. 맨 나중에 나오는 매운탕을 열이면 열, 서더리탕이라고 하는데 표준어가 아니란다. 바른말은 ‘서덜탕’이다. 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남은 부분, 즉 뼈 대가리 껍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문제는 언중의 입말과 동떨어진 ‘서덜’만이 표준어라는 것. 형태로 보더라도 서덜에 접사 ‘이’가 붙어 ‘서덜이’가 됐다가 소리 나는 대로 굳은 말이 ‘서더리’라고 볼 수 있다. 서덜과 함께 서더리도 표준어로 삼는 걸 검토할 때가 됐다.

가을바람을 느껴가며 여럿이 함께 먹는 전어 뼈째회. 돈(錢)이 아깝지 않다. 하기야, 친한 사람끼리 왁자지껄 떠들며 함께 먹으면 무엇이든 맛이 없을까.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전어#전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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