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스타 女정치인’ 오부치의 낙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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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3일 개각에서 5명의 여성 각료를 기용했다. 총리를 제외한 각료 18명 중 여성 비율은 27.8%로 집권 자민당 의원의 여성 비율 9.8%를 훨씬 웃돌았다. 아베 총리는 ‘여성이 빛나는 사회의 실현’을 약속하면서 여성 활약의 촉진을 성장 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5명의 여성 장관 중에 가장 주목받은 각료는 오부치 유코 경제산업상이었다. 1973년생인 그녀는 2000년 부친인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가 뇌경색으로 타계하자 지역구를 물려받아 27세에 정치인으로 변신한 5선 의원이다. 35세 때인 2008년 아소 다로 내각에서 저출산담당상으로 입각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최연소 각료 기록을 갈아 치웠고 41세인 올해 경제산업상으로 다시 입각했다. 집권 자민당의 핵심 요직인 간사장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그녀는 사상 첫 여성 일본 총리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아베 내각의 간판스타인 오부치가 후원회를 통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총 5억 원대의 공연 관람 비용을 제공한 의혹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역시 여성 각료인 마쓰시마 미도리 법무상도 의정 활동과 캐리커처가 그려진 부채 2만여 개를 유권자들에게 돌렸다가 사퇴했다. 두 여성 각료가 취임 한 달 반 만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동반 퇴진하자 ‘정치와 돈’의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고 아베 정권도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이 높은 일본에서 오부치와 마쓰시마의 퇴진은 어렵게 조성된 여성 중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은 구미(歐美) 선진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지만 동북아 3국 가운데 국민의 손으로 뽑은 첫 여성 국가원수를 배출했고 첫 여성 은행장(권선주 기업은행장)도 나왔다. 사회 각 분야에서 우먼파워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스타 여(女) 정치인’ 오부치의 낙마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남성 못지않은 역량과 성취 욕구를 지닌 유능한 여성들에게 처신과 주변 관리에 한층 신경을 써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아베#여성 각료#오부치 유코#유리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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