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는 한류산업 블루오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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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의 중국 리메이크 작인 ‘귀가의 유혹’. 추자현(오른쪽)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출처 후난위성TV 홈페이지
‘아내의 유혹’의 중국 리메이크 작인 ‘귀가의 유혹’. 추자현(오른쪽)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출처 후난위성TV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일일극이나 주말극으로 편성되는 막드는 ‘내수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미니시리즈에 비해 낮은 제작비(시간당 2분의 1∼3분의 1 수준)로 만드는 막드는 해외 수출을 염두하고 제작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몸값 높은 스타를 잘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막드를 포함한 일일드라마 및 주말드라마의 판권 수출 가격은 낮은 편이다. 일본에 판매되는 70분짜리 미니시리즈의 회당 판권 판매액이 억대를 호가하는 반면 비슷한 길이의 주말 드라마는 회당 5000만 원을 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회 남짓한 길이의 미니시리즈와 달리 주말 드라마는 40∼50회, 일일 드라마는 100∼150회를 넘기는 게 다수다. 주말드라마가 회당 4000만 원 안팎으로 판매되더라도 50회를 합산하면 20억 원이다. 특히 국내에서 화제가 된 막드는 해외 판매에서도 유리해 전체 판매액을 합산하면 웬만한 미니시리즈에 맞먹는 수준이 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막드도 해외시장을 고려한 전략을 펼친다. MBC ‘왔다! 장보리’는 캐스팅부터 일본 시장 판매를 염두에 두고 일본에서 인기 있는 케이팝 스타인 ‘카라’의 한승연, ‘초신성’의 건일을 조연으로 썼다.

지역별로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남미 국가들이 막드에 대한 호응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 수출비중이 가장 높은 일본에서도 한드 고정팬을 중심으로 DVD 판매가 꾸준히 이뤄지는 편이다. 일본의 한국 드라마 수입업체인 어크로스의 박태규 대표는 “소수이긴 하지만 충성도 높은 팬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순수 가족 드라마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복수구조를 취하는 막장 드라마 쪽에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수출은 물론이고 포맷 판매를 통한 리메이크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 영국을 비롯한 29개국에 판매된 tvN ‘노란 복수초’는 우크라이나와 이탈리아에서, ‘미친사랑’은 멕시코에서 리메이크가 결정됐다. 과거 중국에서 SBS ‘아내의 유혹’이 인기를 끌며 2011년에는 중국 후난위성TV가 ‘귀가의 유혹’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일부 해외시장 전문가들은 “권선징악 구조가 명확하고 극적 전개가 빠른 막장 드라마가 트렌디드라마 못지않게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황진우 CJ E&M 글로벌콘텐츠 기획개발 팀장은 “우리 막장 드라마와 비슷한 특징을 지닌 남미의 텔레노벨라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막장을 내수용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콘텐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막장 드라마#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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