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숙인 선동열 ‘3가지 약속’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3일 06시 40분


KIA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KIA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3년의 실패 반성 끈기있는 팀컬러 회복
유망주 시스템 정착 등 장기 비전 구축
선수단과 소통 노력…나부터 바꾸겠다

“내년 시즌 성적이 부진할 땐 사퇴도 불사하겠다.”

선동열(51) KIA 감독이 팬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내년 시즌 결과에 따라 감독직도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재계약을 마친 사령탑으로서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특히 한국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 스타 중 한명인 선 감독의 평소 모습을 생각하면 매우 파격적이다.

● “카리스마 벗고 선수를 믿고 배려해 끈끈한 팀 만들겠다.”

선 감독은 22일 구단 홈페이지 (www.tigers.co.kr) 팬 커뮤니티 코너인 ‘호랑이 사랑방’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홈페이지 회원에게만 개방되는 서비스다. 3년 전 취임 때 뜨거운 성원을 보냈지만 최근에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했다. 19일 2년 재계약이 발표되자 가장 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곳 중 하나도 이곳이다.

선 감독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팬 여러분들이 실망하시고, 질타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3년간을 반성하며 KIA 구단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팬들에 대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선 감독은 수비 등 기초를 튼튼히 하고 유망주 육성 시스템 정착해 장기적인 비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선수단과의 소통을 거론한 것이다. 그동안 선 감독은 선수경력이 화려하고 카리스마가 강한 성격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지도자였다. 지난 3년간 선수들에게 먼저 농담을 거는 등 변화 의지가 있었지만 여전히 ‘형님 리더십’ 등의 유형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선 감독은 “선수를 믿고 배려하며 끈끈한 팀을 만들겠다. 저부터 변화된 모습으로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선 감독은 이어 “내년 시즌 성적이 부진할 때 사퇴도 불사한다는 마음가짐과 각오로 감독직을 수행,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한다”며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참담함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명예회복을 소망한다”는 다짐과 심정을 함께 밝혔다.

● 선 감독이 먼저 제의…‘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배수의 진

이번 ‘선 감독의 서신’은 감독이 먼저 구단 홍보라인에 입장을 밝히고 싶다는 뜻을 밝혀 이뤄졌다. 실무자들은 일부 표현을 만류할 정도로 최대한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애썼다. 그만큼 재계약에 대한 팬들의 비난과 비판, 연고지의 성난 민심이 예상보다 거셌다는 것을 방증 한다. 한창 포스트시즌이 진행되고 있어 시간에 맡겨 버릴 수 있었지만 다른 구단의 연이은 감독교체 바람 앞에 선 감독도 스스로 약속한 변화의 약속을 더 빨리 실천하고 보여줘야 할 상황이었다.

선 감독은 그동안 언론의 비판과 팬들의 여론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 사령탑으로 꼽혔다. 선수시절부터 이어진 선 굵은 소신이었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론 지나친 둔감함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재계약 발표 사흘 만에 실무자들도 일부 만류한 솔직한 글을 팬들에게 올렸다는 것은 무너진 자존심 회복에 대한 의지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배수의 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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