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기 싫은 사람 모여라…아바타가 대신 등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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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없음.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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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학생이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사이버 상의 고등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곧 문을 연다. 최근 늘어난 '등교 거부자'와 '은둔형 외톨이'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22일 아사히신문 디지털 판은 지난 2000년 개교한 지바(千葉)현 통신학교 메이세이(明聖)고교가 내년 봄 '사이버 학습국'을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사이버 학습국의 재학생은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등교'한다. 학생이 전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자신의 실명을 등록하면,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아바타가 생성된다.

학교 수업에 출석하는 것은 이 아바타다. 아바타는 가상 학교에 등교해 20분 동안 동영상 수업과 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이는 일반 고교 50분 수업에 해당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수업에 질리지 않도록 수업시간을 20분으로 낮췄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모든 교육이 사이버 상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재학생은 연간 4일은 직접 교사와 만나 면접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3년 간 학교에 다니면 고교 졸업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사이버 학습국'은 메이세이고교가 개설한 기존의 통신고교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학생들이 다른 동급생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채팅 기능을 이용해 다른 학생 아바타와 문자로 대화할 수 있다. 아바타는 가상세계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빌리고, 시청각 실에 가거나, 견학을 가는 등 다양한 인터넷 교육을 받는다.

또한, 게임을 하듯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학생이 한자나, 계산, 영어 단어를 배우면 학습 포인트가 쌓인다. 이렇게 얻은 학습 포인트는 가상 학교 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고, 아바타를 꾸미는 데 쓴다.

'은둔형 외톨이'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메이세이 고교 측은 학생들을 현실로 이끌 여러 가지 참여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메이세이고교 측은 기존 재학생들에게 연간 20일은 학교에 나와 면접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 조차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아 2년 전부터 가상 학교 설립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하나자와 사토시 교장은 "'이런 학교라면 가보자'라는 기대가 생기고, 그것이 자신감과 희망이 돼, 학생들이 외부 세계로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문무과학생이 16일 발표한 '문제행동조사(2013년)'에 따르면, 등교 거부 초·중학생은 총 11만9617명이다. 1000명 당 초등학생은 3.6명, 중학생은 26.9명이 등교를 거부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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