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또 드러난 ‘돈 정치’의 민낯… 아베노믹스까지 후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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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각료 2명 동반사퇴 파장
내각 지지율 2.7~6.8%P 하락… 각료사퇴 반영되면 더 떨어질듯
인선과정 부실검증 도마 위에 소득세 추가인상 힘들어질수도

20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여성 각료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이 동시 사퇴하면서 후폭풍이 강해지고 있다. 각료 2명의 동시 사퇴는 1993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번 사퇴로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자민당의 부패 이미지가 되살아나고 있다. 2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정치자금 문제로 사퇴한 각료는 모두 9명. 그중에서 자민당 소속이 7명이다. 특히 2006년 출범한 아베 1차 내각에서 5명의 각료가 사임했고 이 중 4명이 정치자금 문제 때문이었다. 1년 단명 정권이란 불명예를 안겨줬던 ‘돈 문제’가 아베 2차 내각의 발목을 또다시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쿄신문은 “돈 문제로 20일 두 명의 각료가 사퇴했지만 자민당 내부에선 반성의 기미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검증 부실 책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사설에서 “개각에서 ‘간판 만들기’를 우선시한 탓에 각료의 자질을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불상사의 싹을 간과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인선과 관련해 “사전 조사가 허술했다. 의회에서 두 각료의 해명을 검증하고 위법 여부를 제대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노믹스’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까지 소비세를 추가로 2%포인트 더 올릴지 결정해야 한다. 각료 동시 낙마로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부는 증세를 선택하기 힘들어진다. 조세 저항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증세를 늦추면 사회보장 재원 마련, 재정 건전성 확보가 늦어져 일본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악화된다. 아베노믹스에도 적신호가 켜진다”고 분석했다.

경영 일선에서 ‘유리천장’을 뚫었던 여성 지도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가사 대행 서비스인 ‘베어스’의 다카하시 유키(高橋ゆき·45·여) 전무는 21일 보도된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과 국민이 여성 등용에 공감대를 가지기 시작한 시점에 여성 각료를 상징적으로 등용했으나 이번에 여성 중시 분위기가 제로로 되돌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가 완연하다.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8, 19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3.0%로 지난달보다 2.7%포인트 떨어졌다. 교도통신과 NHK가 비슷한 기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각각 6.8%포인트, 6%포인트 빠졌다. 이들 조사 결과는 오부치 전 경제산업상 등이 사임하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서 앞으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아베노믹스#아베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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