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나온 난 월급 170만원, 고졸 동창은 19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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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졸자 5명중 1명… 고졸자보다 평균임금 적어
2년제 졸업자는 절반이 해당
KDI “교육거품 현상 심각… 부실대학 구조조정 필요”

2년 전 충남의 한 4년제 대학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황모 씨(27)는 홍보전문회사에 취업해 약 17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황 씨의 고교 동창인 권모 씨(27)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대신에 경기 화성시의 한 공장에 취업해 경력을 쌓은 뒤 2년 전부터 유통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월급은 약 190만 원이다. 고교 동기동창생인 두 사람 가운데 최종 학력은 황 씨가 높지만 임금 수준은 오히려 권 씨가 높다.

두 사람의 사례처럼 4년제 대학 졸업자 10명 중 2명은 고졸자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대학 교육이 재학생 수 늘리기에만 급급하며 양적으로만 팽창한 결과다. 앞으로 ‘교육거품’ 현상이 심화할 경우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교육거품의 형성과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4년제 대졸자의 하위 20%, 2년제 대졸자의 하위 50%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은 노동시장에 진입한 34세 이하 청년층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에는 4년제 대졸자 중 고졸자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2.4%에 불과했다. 이후 비율이 점점 높아지다 1994년 처음 10%를 넘어선 뒤 2011년에는 23.4%에 도달했다. 2년제 전문대 졸업자의 경우 고졸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비율은 더 높다. 1980년 20.7%에서 1992년 30%를 넘어선 뒤 2011년 45.6%에 달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5세 이하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고졸자는 193만 원이며 전문대졸자는 205만 원, 4년제 대졸자는 248만 원이다.

보고서는 “대학 구조가 수직적으로 차별화돼 있어 질 낮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노동시장에서 대학 교육에 투자한 만큼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대학진학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부실대학 등이 양산되고 이에 따른 교육거품이 대졸자들의 노동시장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정혁 KDI 겸임연구원은 “국내 최상위 10개 대학의 올해 재학생 수는 2000년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지만 하위권 대학의 재학생은 20% 이상 늘었다”며 “재정건전성이 부실한 하위 대학에서 재학생만 늘리다 보니 이들 대학 졸업자들은 개인의 능력을 배양하지 못해 인력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실대학 퇴출, 대학 특성화, 연구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고등교육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대학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대졸자 월급#고졸자 월급#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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