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김진성 “꿈같은 PS…할아버지·할머니 경기장에 모셔야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6시 40분


NC 김진성. 스포츠동아DB
NC 김진성. 스포츠동아DB
■ NC 김진성

혹시 손자가 던지는 모습 못 볼까봐 망설였다
포스트시즌 마무리…관중석에서 기뻐하실듯

# 2011년 6월 28일 마산구장에는 삼성, 넥센, LG, SK, 두산, 롯데, KIA, 한화까지 각기 다른 8개 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덕아웃에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유니폼만 보면 올스타전을 앞둔 느낌이었지만 관중석은 텅 비어있었고 심판도 없었다. 대신 날카로운 눈빛의 NC 스카우트들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창단을 앞둔 NC의 공개선수선발, 트라이아웃이 열린 현장이었다. 총 230명이 참가했고 55명이 실전 테스트를 받았다. 2차 트라이아웃도 이어졌다. 그 후 3년이 흘렀다. LG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NC 엔트리에 트라이아웃 출신은 몇 명이나 있을까. 특별지명과 프리에이전트(FA)영입, 트레이드, 특급 신인선발 등 3년간 이어진 전력보강 속에 단 한 명이 팀을 대표하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남아있다. 주인공은 NC의 클로저 김진성(29·사진)이다.

# ‘New Chance’, NC다이노스 팀 이름에 담긴 또 다른 의미다. 신생팀으로 많은 이들이게 새로운 기회, 새로운 꿈을 주겠다는 다짐이다. 2013년 3월 1군 데뷔를 앞둔 NC 훈련을 보기 위해 마산구장을 찾았다. 김경문 감독은 멀리 외야, 워닝 트랙을 열심히 뛰고 있는 김진성을 가리켰다.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방출만 두 번 당했는데 공개선발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마무리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지난 1년간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자신감 있는 공으로 꼭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많은 이들에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진성은 올 시즌 3승 3패 25세이브 1홀드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세이브다. 2004년 SK에 지명된 김진성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방출됐다. 넥센에 테스트를 받고 입단했지만 또다시 방출된 것이다. 그동안 1군에서 단 1개의 공도 던지지 못했다. 2013년 프로에 입단한지 무려 10년 만에 1군에 데뷔했고 2시즌 만에 수준급 마무리 투수가 됐다.

# 김진성은 “그동안 난 투수도 아니었다. 김경문 감독께서 자신감을 주셨고 최일언 코치가 하체와 엉덩이 쓰는 법 등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주셨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날 키워주셨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기장에 모시지 못했다. 선발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손자가 던지는 모습도 못 보고 되돌아가실까봐 계속 망설였다. 꿈에 그리던 포스트시즌이다. 경기장에 꼭 모실 생각이다. 손자가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도 팀이 이기는 날 관중석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기뻐하셨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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