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버핏 체면 구겼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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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7% 보유한 IBM주가 급락… 하루만에 1조원 투자손실 안겨

세계 3위 부자이며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하루 만에 1조 원 안팎의 손실을 입어 명성에 또 한 번 금이 가게 됐다.

미국 CNBC에 따르면 20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IBM의 주가는 7.11%나 하락했다. IBM이 이날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예상치보다 떨어지는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탓이다. IBM의 3분기 순익은 1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억 달러에서 급락했다. 10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다. 여기에 15억 달러의 웃돈을 주고 반도체 사업부를 사실상 다른 업체에 떠넘긴 사실이 공개되면서 투자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

이날 주가 하락은 IBM 주식의 7%(7020만 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버크셔해서웨이에 대재앙을 가져왔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IBM 지분의 가치는 9억1650만 달러(약 9714억 원) 정도 낮아졌다. 장중 최저가를 기준으로 한 손실액은 10억8000만 달러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2011년 IBM 지분을 5.4% 매입해 첫 투자에 나선 버핏 회장은 올 4월 CNBC 인터뷰에서 “올해 IBM 주식을 더 샀고 한 주도 팔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웰스파고, 코카콜라 다음으로 많은 돈을 IBM에 투자했다.

문제는 IBM의 위기가 단시간에 극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오랜 기간 실적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주가 하락에 실망한 헤지펀드가 분사를 요구해도 IBM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에도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는 “분사 얘기는 사양하겠다. 시장 속도가 더 빨라졌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이를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전략도 있다”고 일축했다.

이 때문에 IBM 투자가 버핏 회장이 저지른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남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버핏 회장은 2006년부터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에 투자해 지분을 3.7%까지 늘렸지만 주가 급락으로 7억5000만 달러(약 7950억 원)를 잃었다. 버핏 회장은 최근 “테스코에 투자한 것은 나의 실수였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워런 버핏#IBM 주가#투자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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