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며느리에서 국민 악녀로’ 이유리, 이유있는 연기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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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며느리에서 국민 악녀가 되다니…"

최근 드라마 속 악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이른바 '국민 악녀'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이유리(34)의 푸념이다.

이유리는 많은 이의 관심 속에 이달 12일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왔다!장보리'에서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고아 행세를 하고,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내팽개치는 등 인간미를 찾아볼 수 없는 악녀 연민정 역을 열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1980년생인 이유리는 2001년 KBS 드라마 '학교4'로 데뷔했다. 이후 이유리는 드라마 '사랑은 이런거야(2001)', '러빙유(2002)', '아내(2003)', '부모님 전상서(2004)', '영재의 전성시대(2005)', '당신의 여자(2013)'와 영화 '분신사바(2004)', '괴담(2005)', '애가(2007)' 등에 얼굴을 드러냈다. 해마다 최소 한 작품은 소화할 정도로 꾸준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딱히 '배우 이유리'라는 이름을 대중의 뇌리 속에 각인시키지는 못했다. 데뷔 후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착한 며느리 역할을 도맡은 탓에 '국민 며느리'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이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유리는 데뷔 이래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2004)', '사랑과 야망(2006)', '엄마가 뿔났다(2008)' 등에서 줄곧 착한 며느리 상을 연기했다. 그가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 며느리 역할을 많이 했다. 드라마에서 11명의 시어머니를 모셨다"고 말할 정도로, 이는 대중의 머릿속 깊숙이 '이유리=국민며느리'로 굳혀졌다.

특정 캐릭터에 갇힌 그는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대중은 그에게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볼 때 '이번에도 착한 역할이겠지'라고 지레짐직하고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리는 이에 실망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배우를 업으로 삼은 남다른 사명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중간에 사라지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밝히는 등 연기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드러낸 바 있다.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는 어느 순간부터 기존 이미지와 차별화된 캐릭터를 소화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이유리는 2011년 MBC 주말드리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자신이 부잣집 딸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 그 자리를 되찾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녀 황금란 역을 소화하며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노란복수초'에서 이복동생에게 빼앗긴 행복을 되찾기 위해 복수심에 불타는 설연화 역으로 다시 한 번 대중에게 색다른 매력을 어필했다.

'악녀'변신 후 대중은 조금씩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이유리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는 작품을 만난다. 바로 드라마 '왔다!장보리'가 그것이다. 이유리는 극중 캐릭터인 '악녀 중의 악녀 연민정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고, 팬들은 그를 향해 "연민정에 빙의했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드라마의 인기도 고공행진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 37.3%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연민정이라는 캐릭터에 고맙다. '왔다!장보리'와 연민정은 내게 많은 변화를 안겨줬다. 내 소원은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연기를 하는 것이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

'국민 며느리'라는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질 위기에서 남다른 열정과 소신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해 '국민 악녀'로 180도 연기 변신에 성공한 이유리. 관심을 두지 않던 대중의 시선도 그의 도전 정신과 연기에 대한 열정에 매력을 느끼며 그에게로 향하고 있다.

권준상 동아닷컴 기자 k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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