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부시장이 된 장애인 수영선수, ‘황연대 성취상’ 시상한 보람 있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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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대 인천장애인亞경기 선수촌장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에서 ‘황연대 극복상’을 수상한 스웨덴 예테보리의 다비드 레가 부시장이 감사의 글과 함께 보내온 자서전을 펼쳐 보이고 있는 황연대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선수촌장. 동아일보DB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에서 ‘황연대 극복상’을 수상한 스웨덴 예테보리의 다비드 레가 부시장이 감사의 글과 함께 보내온 자서전을 펼쳐 보이고 있는 황연대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선수촌장. 동아일보DB
“다비드 레가 부시장이 그러더군요.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수영을 시작한 것, 또 하나는 ‘황연대 성취상’을 받은 것이라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황연대 선수촌장(76)은 최근 대회조직위원장이 주최한 만찬에서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1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통합사회를 위한 스포츠포럼’에 패널로 참석했던 다비드 레가 부시장(41)이다. 레가 부시장은 선천적으로 팔다리가 작고 기형인 장애인이다. 하지만 1986년 수영을 시작해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만 3개를 땄고 14차례 장애인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에서도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에게 주는 ‘황연대 성취상(당시는 극복상)’을 받았다. 스웨덴 장애인체육의 영웅이 된 레가 씨는 2001년 스웨덴 국왕 특별훈장을 받았고 이후 정치에 입문해 2011년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 부시장이 됐다.

“1996년 시상을 한 뒤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에요. 부시장이 된 줄도 몰랐죠. 3년 전인가 그 친구가 자서전을 보내왔어요. 주소를 찾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책을 받고 너무 반갑고 고마웠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만나다니 인연이란 게 참 대단해요.”

황 촌장은 한국 장애인스포츠의 ‘대모’다. 국내 최초의 장애인 여의사인 황 촌장은 패럴림픽이 열릴 때마다 현장에 간다. ‘황연대 성취상’ 시상을 위해서다. 이 상은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한국인의 이름으로 주는 유일한 상이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 때부터 벌써 26년이나 됐다. 애초 이번 대회 선수촌장은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45)이 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 감독이 음주운전 사고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비상이 걸린 대회조직위원회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황 촌장이었다. 그는 “장애인 선수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아 고사했지만 조직위가 너무 간곡하게 부탁해 어쩔 수 없이 승낙했는데 맡고 보니 힘들긴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으냐. 내 이름이 연대이니 장애인체육을 위해 ‘연대책임’을 져야지”라며 웃었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휠체어댄스스포츠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인천 강화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최문정(38)이 최종철(38)과 짝을 이룬 듀오 라틴 클래스2, 박준영(30)과 짝을 이룬 콤비 스탠더드 클래스2에서 각각 우승해 2관왕이 됐고 장혜정(38)은 이재우(19)와 함께 나간 콤비 스탠더드 클래스1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장애인 육상의 간판 전민재(37)는 100m T36에서 우승해 전날 200m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황연대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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