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사채로 월급 준 인천 유나이티드, 2014년도 5억 빌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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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公후원금 전달 늦어지며 선수급여 지급위해 또 사채 이용
“市에서 재정난 해결 나서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 9월 선수들의 급여 지급을 위해 사채 5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선수단. 지난해 3월 인천 남구 숭의동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서포터스들이 프런트를 규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에 이어 올해 9월 선수들의 급여 지급을 위해 사채 5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선수단. 지난해 3월 인천 남구 숭의동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서포터스들이 프런트를 규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사채를 끌어다 선수들의 급여를 지급했던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이 올해에도 지난달 선수들의 급여 지급을 위해 또다시 5억 원의 사채를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나서 재정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인천시와 인천 유나이티드에 따르면 9월 인천공항공사의 후원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5억 원의 사채를 빌려 선수들의 급여를 지급했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 선수에게 지급하는 ‘승리 수당’은 밀려 있고, 축구단 직원의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재정 악화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한 달 최소 운영비는 11억 원. 이 중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월급은 7억5000만 원이다. 문제는 축구단에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수익 창구가 없다는 데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매년 20억 원씩 5년간 지급하기로 한 후원 약정과 시금고인 신한은행의 후원금 등이 고작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인천시의 재정 상황을 감안해 구단주인 유 시장에게 연간 145억 원의 운영비를 내년에는 120억 원으로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수입원이 없으면 축구단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4월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수익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인천시는 연수구 동춘동 LPG 충전소 용지를 인천 유나이티드에 임대하면 연간 1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었다.

인천시는 내부적으로 충전소 부지를 매각해 지원하는 쪽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지 매각 대금 중 일부를 지원하더라도 재정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고질적인 재정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인천시가 나서서 인천에 기반을 둔 대기업의 후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천시 관계자는 “구월동 일대 대형 쇼핑타운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롯데쇼핑, 공해 유발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SK인천석유화학, 인천 서구의 대형 발전소, 인천으로 본사를 이전한 하나금융그룹, 포스코건설 등 대기업과 스폰서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003년 시민과 공무원 등 4만7000여 시민 주주(시민 주식 지분 58.0%)를 기반으로 출범했으나 2012년부터 운영난을 겪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는 136억8152만6000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손실액이 12억 원에 달했다. 전임시장 시절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중국 단둥(丹東)에 축구화 공장을 짓는 데 지분 투자했고 스타 감독과 국가 대표급 선수 스카우트에 나서며 경영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인천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기업 스폰서 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구단의 재정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4만7000여 시민의 정성으로 만든 시민구단을 재정난 때문에 해체하겠다는 발상은 인천의 정체성, 자존심과 결부된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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