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최적의 운동화 연구한 ‘장인’… “발모양 따라 가장 편한 신발 만들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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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마라톤화 제작했던 ‘엠랩’ 미무라 대표

세계적인 수제 운동화 장인 미무라 히토시 씨가 아디다스와 함께 만든 ‘타쿠미센’ 운동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장인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제공
세계적인 수제 운동화 장인 미무라 히토시 씨가 아디다스와 함께 만든 ‘타쿠미센’ 운동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장인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제공
“양쪽 다리 길이가 2.5∼5mm씩 차이 나는 사람이 많아요. 약점을 찾고, 이를 보완하는 신발을 만드는 게 수제 운동화 장인의 역할입니다.”

마라톤 시즌을 맞아 최근 방한한 ‘엠랩’의 대표 미무라 히토시 씨(66)는 세계적인 수제 운동화 장인으로 꼽힌다. 구두 장인은 들어봐도 운동화 장인은 생소한 이가 많다. 그는 서울 명동8길 아디다스 매장에서 최근 기자와 만나 “다리 길이, 사이즈, 발 모양을 정밀히 분석해 오래 달려도 피곤하지 않는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48년째 연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이봉주, 일본의 다카하시 나오코, 노구치 미즈키 선수 등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와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 선수의 운동화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타임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그의 대표작품인 ‘쌀겨 운동화’(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쌀겨를 섞어 밑창을 만든 것)를 보도하기도 했다. 올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일본 기자키 료코의 운동화도 그의 작품이다.

오래전이지만 2002년 처음 이봉주 선수 운동화를 만들 때의 기억도 생생하다. 그는 “오래 달리면 발이 팽창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신는 게 좋다”며 “기존 255mm에서 5mm 더 크게 신도록 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봉주 선수는 그해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미무라 씨는 “마라톤 인구가 늘면서 일반인들도 수제화를 찾고 있다”며 “최근에는 3차원(3D) 사진 분석을 통해 더 정교하게 맞춘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육상선수였다가 운동화에 흥미가 생긴 미무라 씨는 1966년 아식스의 전신 오니츠카에 입사했다. 그는 “당시 운동화가 너무 빨리 닳아 한 달에 두 켤레씩 사야 하는 점이 경제적인 부담이었다”며 “더 잘 뛸 수 있고 내구성이 좋은 신발을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따로 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았지만 장인을 우대해주는 일본의 분위기 속에서 꾸준히 운동화 제작에만 매달릴 수 있었다.

2009년 아식스에서 나와 현재의 회사를 차렸다. 일본에서 그의 이름은 ‘품질보증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 2012년 미무라 씨가 아디다스와 손잡고 만든 ‘타쿠미센’ 라인은 190g 경량 운동화로 지금까지 일본 ‘스피드 러닝화’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품의 인기로 올해 한국 영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지역을 늘리고 있다.

미무라 씨는 “완성품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봉주 마라톤화#엠랩#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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