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北과 거리두고, 美는 IS에 발목… ‘북핵 해결사’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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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제네바 합의 20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조차 미국이 했던 것처럼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협상에 참석했던 조엘 위트 전 미국 국무부 북한분석관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6자회담이 ‘개점휴업’ 상태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4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전략적 인내와 다른 외교적 통로(path)를 찾아야 한다. 회담이 중단되는 동안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능력은 증폭되는데 전략적 인내는 이를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남북미일러의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6자회담 재개를 추진했지만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으로 북-중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모든 시도를 중단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 최적의 틀”이라며 재개 희망을 밝혔지만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다.

미국도 이슬람국가(IS), 에볼라 바이러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핵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미국인 3명이 북한에 ‘인질’로 잡혀 있지만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일본은 ‘납북자 협상’에 매몰됐고 러시아는 최근 북한에 식량 5만 t과 소방차 수십 대를 지원하는 등 제재 강화라는 국제 공조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결국 한국이 주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는 ‘잊혀진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국식 북핵 해법(Korea Formula)’이라는 이름으로 주변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관련국의 호응을 얻을 만한 파급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중국#북핵#제네바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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