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비핵화 20년간 허송세월… 국내외 비판 감수하고 대화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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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제네바 합의 20년]
당시 협상 주역 로버트 갈루치 前 미 북핵특사 인터뷰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사진)는 “북한 측 협상 대표였던 강석주 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를 지금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하면 다시 협상이 진행되도록 할 수 있을까’를 함께 논의할 것”이라며 대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조지타운대 교수로 있는 갈루치 전 특사는 최근 연구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최근 상황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미국은 북한에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나는 실용적이어서 진정성보다는 ‘좋은 협상(good deal)’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대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가.

“대답은 ‘아마도(maybe)’일 것이다. 지난해 9월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독일 베를린에 가서 북측 인사들을 만났을 때 내가 ‘핵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의 대답도 ‘아마도’였다.”

―북한과 대화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가.

“지금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우파의 비판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도 미국 내 우파와 김영삼 대통령 등 한국 측의 비판을 받았다. 리더십의 문제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대북정책, 북한 비핵화 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에겐 성공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고 기회를 놓쳐버렸을 수도 있다. 2002년(2차 북핵위기 당시)에 제네바 합의를 깨기보다 대화를 더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붕괴 직전의 북한을 구해줬다고 주장했는데….


“많은 사람이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언젠가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희망이 전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강 비서와 협상하면서 기억에 남은 일화가 있다면….

“협상이 한창일 즈음 ‘협상 진전을 위해 한반도에 함대를 배치하겠다’는 미 해군 장성의 발언이 알려졌다. 강 비서는 ‘이 일로 당신을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나에게 사전에 알려줬다. 나도 ‘고맙다. 나도 내 생각과 관계없이 미국을 변호할 것’이라고 답해줬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제네바 합의#북한 비핵화#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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