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도발 이달 들어서만 네 차례, 평화 깨자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북한이 이틀 연속으로 군사분계선(MDL)에 의도적으로 병력을 접근시켜 남북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북한군은 18일에는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하자 대응 없이 물러났지만 어제는 경고사격에 맞서 우리 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를 겨냥해 총탄을 발사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남북이 더 큰 충돌로 비화할 수도 있는 총격전을 벌인 것이어서 섬뜩하다.

북한은 18일은 강원도 철원에서, 19일은 경기도 파주에서 MDL에 접근하는 위협적 행동을 해 왔다. 북한이 치밀한 계산을 갖고 나선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북한은 이달 들어 집중적인 도발을 하고 있다. 7일에는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북 군함이 함포 교전을 벌였다. 10일에는 북한이 대북 전단을 향해 고사총탄을 발사해 경기 연천군 우리 지역에 총탄이 떨어졌다. 황병서를 비롯한 실세 3인방이 이달 4일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참관을 이유로 인천을 방문한 뒤 벌어진 일들이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있다면 한꺼번에 NLL과 MDL을 무시하는 군사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MDL을 포함한 비무장지대와 인접 지역은 남북의 군사력이 밀집돼 있다. 특히 북한은 남한의 수도권을 겨냥해 350여 문의 장사정포와 각종 대포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MDL을 무시하는 도발을 연속적으로 하는 것은 평화를 깰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북한 김정은은 40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으나 지팡이를 짚고 다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남북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북한 술수에 말려들어 김정은 체제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 실세 3인방의 인천 방문 이후 북한에 대한 경각심이 흐트러진 게 사실이다. 정부는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이달 말 남북 2차 고위급 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다며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북한에 다시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대화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철저한 대응 태세를 갖추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북한#MDL#경고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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