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제외 임재철 “난 기러기 어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6시 40분


코멘트
LG 덕아웃에 전용 자리 마련
김선우와 함께 후배들 이끌어

“저는 기러기 어미 역할을 하는 거예요. 다 함께 날면 개인이 나는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거든요.”

LG 임재철(38)은 김선우(37)와 함께 NC와의 준플레이오프(PO) 27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그들은 준PO 1차전이 열리는 마산구장에서 선수단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덕아웃에 전용 자리가 마련됐다. 이는 LG 양상문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성사된 일이다. 임재철과 김선우는 두산 시절 포스트시즌 경험을 많이 했다. 특히 임재철은 포스트시즌만 되면 펄펄 나는 대표적인 ‘가을사나이’였다. 올해는 비록 경기에 뛰지 못하지만 그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해주라는 양 감독의 부탁이 있었다. 양 감독은 “두 선수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NC가 어필을 해서 쫓겨나면 불펜에라도 가서 후배 선수들에게 힘을 주겠다’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임재철은 “난 기러기 어미”라고 말했다. 철새인 기러기는 계절이 바뀌면 삼각편대로 무리 지어 이동한다. 기러기 무리의 맨 앞줄에는 다른 기러기들을 이끄는 대장이 있다. 임재철은 “김정민 (배터리) 코치님께서 (엔트리에는 없지만 선수들과는 동행해달라는) 감독님의 요청을 전달하면서 해주신 얘기”라며 “기러기는 혼자서는 오래 날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마리가 함께 날면 자신이 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다. 내가 맨 앞줄의 어미 새가 돼서 선수들과 함께 가면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임재철은 “가을만 보고 기다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은 내가 아닌 팀이었다. 그는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포스트시즌은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덕아웃이 밝고 즐거워야 힘이 나는 법이다. 여기까지 어렵게 왔지만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도록 선수들을 잘 다독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마산|홍재현 기자 hong27@donga.com 트위터 @hong92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