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골짝의 미술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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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사북면에 이상원미술관 개장… 도심서 30분 거리 ‘새로운 실험’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화악산 자락에 18일 문을 연 이상원미술관 전경. 이상원미술관 제공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화악산 자락에 18일 문을 연 이상원미술관 전경. 이상원미술관 제공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 지 약 60년 만에 화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고향에 만들어졌다. 18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화악산 자락에 문을 연 이상원미술관이다.

이상원 화백
이상원 화백
미술관은 이 화백의 아들인 이승형 대표(48)가 건립했다. 설계와 건축에만 6년, 입지 조사 등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10년이 걸렸다. 사업비는 180억 원. 1만5737m² 부지에 건축 연면적 4789m²로 미술관과 공방, 아트스테이 등 6개동으로 이뤄졌다.

이상원미술관은 앞으로 이 화백의 작품 2000여 점과 동시대 작가들의 회화작품 1000여 점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며 관리 및 연구할 계획이다. 또 이 화백의 대표작과 미발표작을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이상원미술관이 들어선 곳은 춘천 도심에서도 차로 30분가량 걸리는 외진 산골마을. 이 때문에 산간 오지에서의 문화 실험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도 관심사다. 이상원미술관은 예술과 자연이 주는 풍요와 치유를 경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강원도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화백은 독학으로 화가의 길에 입문해 극사실화 분야에서 명성을 얻기까지 입지전적인 삶의 궤적으로도 유명하다. 18세 때 홀로 상경해 20년 가까이 극장 간판을 그렸고 상업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초상화도 그렸고 해외 국빈을 위한 선물용 초상화도 도맡아 그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화백은 1970년대 중반 잘나가던 상업화가의 생활을 접고 순수미술에 도전했다. 1975∼7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세 차례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1978년 제1회 동아미술제 대상, 제1회 중앙미술대전 특상 등을 수상하며 순수미술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1999년 국립 러시안뮤지엄 초대전, 2001년 중국 상하이미술관 초대전, 2005년 러시아 국립 트레차코프미술관 초대전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예술세계를 활짝 펼쳐 보였다. 그의 작품은 소외되고 버려진 대상을 소재로 삼은 것이 많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체험한 화가의 삶의 고백이 작품으로 표현된 셈이다.

이상원미술관은 개관전으로 ‘버려진 것들에 대한 경의’를 준비했다. 이 화백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54점이 전시된다. 그동안 발표됐던 시리즈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최초의 전시회다.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며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는 일반 6000원, 초중고교생 4000원. 문의 033-255-9001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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