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한 송이의 꽃, 숭산 스님 가르침 널리 알릴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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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이틀간 공주서 ‘제10회 세계일화대회’ 여는 푸른 눈의 수행자 대봉 스님

계룡산 무상사 조실 겸 주지인 미국 출신 대봉 스님. 제10회 세계일화대회 총괄을 맡은 그는 “젊은이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려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며 “불교의 선 수행을 통해 나와 남의 경계를 없애고 서로 돕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계룡산 무상사 조실 겸 주지인 미국 출신 대봉 스님. 제10회 세계일화대회 총괄을 맡은 그는 “젊은이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려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며 “불교의 선 수행을 통해 나와 남의 경계를 없애고 서로 돕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197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동쪽 끝 필라델피아 근교에 거주하던 27세 심리학도 로렌스 시컬은 그해 여름 한국에서 온 숭산 스님(1927∼2004)을 만난 뒤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10대 시절부터 그의 고민은 “왜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예외 없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가”였다. 그는 답을 찾고자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 코네티컷 주 트리니티칼리지를 다니던 그는 숭산 스님의 예일대 특강에 우연히 참석했다. 숭산 스님은 청중을 향해 대뜸 “너는 누구냐(Who are you?)”라고 물었다. 청중은 당황했고, 시컬 역시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설명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푸른 눈의 이 청년은 그 길로 숭산 스님을 따라 불교에 귀의했다. 미국 선원에서 수행을 이어가다 1984년 한국으로 들어와 대한불교조계종 승적을 얻은 뒤 서울 화계사에서 참선 수행을 이어갔다.

긴 머리에 히피 룩을 즐기던 로렌스 시컬, 현재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조실인 대봉 스님(64) 얘기다. 그는 2004년 입적한 숭산 스님의 법맥을 이은 8명의 외국인 제자 중 맏형이다.

11월 30일 숭산 스님 10주기를 앞두고 18, 19일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제10회 세계일화(世界一花)대회가 열린다. ‘세상이 한 송이의 꽃’이라는 세계일화는 해외포교를 위해 생애의 절반을 바쳤던 숭산 스님의 대표적인 가르침이었다.

14일 만난 대봉 스님은 “세계일화대회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해답을 불교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데 있다”며 “20대 나의 고민을 숭산 스님을 통해 해결했듯,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젊은이들의 인생의 방향을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숭산 스님이 세계 불자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한 국제선불교 교류의 장이다. 1987년 수덕사에서 처음 개최된 후 세계 각국을 돌며 3년마다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10주기를 맞아 미국과 독일, 호주, 이스라엘,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16개국에서 300여 명이 참가 등록을 마쳤다.

생전 외국인 제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숭산 스님(뒷줄 가운데). 국제관음승가 제공
생전 외국인 제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숭산 스님(뒷줄 가운데). 국제관음승가 제공
대봉 스님처럼 숭산 스님을 만난 뒤 그의 가르침을 따라 고향과 가족을 떠나 출가수행하고 있는 외국인 스님은 50여 명에 달한다. 미국 예일대 출신의 무상 스님, 미국 로스앤젤레스 태고사 주지 무량 스님, 하버드대 출신의 현각 스님(화계사 국제선원장)이 대표적이다. 출가를 하지 않았지만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생업에 종사하면서 현지 한국 불교선원에서 수행하는 외국인은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숭산 스님이 생전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의 마음을 ‘불교’라는 이름으로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스님은 스스로 자신의 영어를 ‘김치영어’라 부르시며 ‘콩글리시’를 구사하셨다. 하지만 몇 단어만으로도 명쾌하게 불법(佛法)을 설파해 주위 사람들을 감탄케 했다.”(대봉 스님)

대회 기간 중 같은 장소에서 ‘입산(入山)’, ‘숭산행원대선사 회고전: 세세생생 보살도’ 전시회가 열리며 19일에는 숭산 스님을 기리는 비석 제막식과 음악회가 있다. 25일에는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선 워크숍’이 진행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제10회 세계일화대회#대봉 스님#무상사#숭산 스님#외국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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