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창렬 푸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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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내부에 무려 질소가 59.2%를 차지해 내용물인 과자보다 더 많은 것으로 측정된 과대 포장과자. 동아일보DB
포장 내부에 무려 질소가 59.2%를 차지해 내용물인 과자보다 더 많은 것으로 측정된 과대 포장과자. 동아일보DB
김창렬. 1994년 3인조 그룹 ‘DJ DOC’로 데뷔한 올해 20년차 가수입니다. ‘슈퍼맨의 비애’나 ‘머피의 법칙’ ‘DOC와 춤을’ ‘런 투 유’ 등은 그가 부른 대표곡들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린 적이 있는 DJ DOC의 히트곡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입니다.

자세히 말하면 그의 이름인 ‘창렬’이 주로 음식, 외식과 관계된 ‘화제의 키워드’로 누리꾼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검색 사이트 ‘구글’ 이미지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DJ DOC의 사진보다 음식 사진이 더 많이 나옵니다. ‘창렬’ 혹은 ‘김창렬’의 연관 검색어 역시 ‘음식’ ‘과자’ 등입니다. ‘창렬하다’(내용물이 포장 이미지와 달리 부실하다) ‘창렬푸드’(겉포장 사진과 달리 내용물 양이 적거나 상태가 부실한 음식을 일컫는 말)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몇 년 전 한 즉석 가공식품 업체가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을 내놨습니다. 족발과 어묵탕, 순대볶음 등 주로 야식 위주의 메뉴여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제품 포장 속 사진에 비해 실제 내용 구성이 부실하다”는 일부 누리꾼의 ‘성토’가 온라인 주요 게시판과 SNS를 중심으로 퍼졌고 누리꾼들은 제품의 모델로 나선 가수 김창렬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비판이 진지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인터넷 개그’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잠잠했던 그의 이름이 다시 부각된 것은 올해였습니다. 2중·3중 포장, ‘질소 과자’(과자 봉지 안에 내용물보다 질소가 더 많이 들어갔다는 뜻) 등 국내 제과업체들의 ‘과대 포장’이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누리꾼들은 과대 포장 과자를 그의 이름을 딴 ‘창렬 과자’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SNS에는 “○○제과의 △△제품은 창렬 과자”라는 식의 고발 글들이 넘쳐났습니다.

재미를 붙인 누리꾼들은 더 나아가 ‘응용’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과자에서 벗어나 용기 크기에 비해 용량이 얼마 안 되는 화장품부터 설계도상으로는 넓어 보였으나 막상 입주해보니 생각보다 면적이 작은 아파트 등 온갖 분야에 김창렬의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포장보다 오히려 내용물이 더 많이 들었다는 한 편의점 도시락을 발견한 누리꾼은 도시락 모델로 나선 중견 탤런트 김혜자를 ‘김창렬의 반대어’라며 SNS에 ‘혜자 푸드’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창렬 시리즈’가 SNS상에서 이렇게 퍼질 줄은 당사자인 김창렬 스스로도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누리꾼들이 비난하는 것은 가수 김창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과대 포장 기업들이 진짜 ‘창렬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최근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 과자의 매출 구성비가 30%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국산 과자 구성비가 70%로 떨어졌으니 가수 김창렬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누리꾼들의 불매 운동이 ‘공허한 외침’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누리꾼들의 유희가 ‘소비자 권리 찾기 운동’이 되는 시대입니다. ‘창렬 푸드’란 말이 사라지길 바라는 것은 가수 김창렬도, 소비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김범석 소비자경제부 기자 bsism@donga.com
#창렬#질소 과자#혜자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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