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가을사나이] 몸값 54만달러 케인의 ‘2000만달러 활약’…캔자스시티, 29년만에 WS 진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6시 40분


15타수 8안타 ALCS 최우수선수 선정

천신만고 끝에 플레이오프 티켓을 차지했던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포스트시즌 진출팀 중 최약체라는 당초 평가와는 달리 8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미러클 로열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로열스는 16일(한국시간) 카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에서 2-1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제압하고 스윕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3번타자로 출전한 로렌조 케인(28)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ALC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케인은 34타수 12안타(타율 0.353), 4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오리올스와의 ALCS에서는 15타수 8안타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환상적인 다이빙캐치와 강한 어깨를 앞세워 팀의 승리에 앞장섰다.

올 시즌 케인의 연봉은 54만6000달러(약 5억8000만원).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활약은 연봉 2000만 달러가 넘는 초특급 스타들을 능가했다.

1986년 조지아주 벨도스타에서 태어난 케인은 4세 때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 품에서 자랐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란 케인은 16세 때까지 야구 글러브조차 없었다. 농구 팀에 뽑히지 못해 야구를 시작하게 된 케인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탈라하시 커뮤니티 칼리지로 진학했다.

200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그는 밀워키 브루어스에 지명됐다. 17라운드에서 뽑혔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선수였다. 마이너리그 생활 5년이 넘도록 빅리그 승격은 꿈도 꾸지 못했다. 2010년 7월 마침내 브루어스 로스터에 합류해 43경기에서 타율 0.306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해 말 단행된 트레이드를 통해 로열스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트레이드 상대는 잭 그레인키(현 LA 다저스)와 유니에스키 베탄코르트(현 오릭스 버팔로스)였다. 케인은 현재 로열스의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는 알시데스 에스코바르와 함께 팀을 옮겨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던 그가 팀의 주축 선수로 도약한 것은 2013년부터. 도루 능력이 탁월한 재러드 다이슨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였다.

2014년은 팬들에게 케인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한 해였다. 정규시즌에서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 46타점, 55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인사이드파크 홈런 1개를 포함해 5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쳤지만 빠른 발을 이용해 3루타 4개, 2루타 29개를 기록했다. 주로 7번 타순에 기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즌 막판부터 3번타자로 중용됐다.

포스트시즌은 케인을 위한 무대였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6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로열스가 9-8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데 기여를 했다. LA 에인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는 3안타 1타점에 그쳤지만 뛰어난 운동 신경을 앞세운 다이빙캐치로 상대의 기를 꺾어 놓았다. ALCS 2차전에서는 4-4로 동점을 이룬 6회말 오리올스의 JJ 하디가 친 우중간으로 빠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잡아내는 명장면을 연출했고, 타석에서는 5타수 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5-4로 앞선 9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전 적시타를 때려 중심 타자로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만능 플레이어로 거듭난 케인이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캔자스시티에 선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6-4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서 나갔다. 1승만 더 추가하면 2010년 이후 짝수 해에 3연속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다. 만약 자이언츠가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하면 와일드카드 팀끼리 월드시리즈 패권을 놓고 싸우게 된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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